국제(UN) 가이드라인 배포 / 식품의약품안전처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마약류 의존성 평가 기준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마약 대응 체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종 마약류를 과학적으로 평가·관리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마약류 의존성 평가 국제(UN)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지난 16일 전 세계 90여 개국에 국문과 영문본으로 동시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마약류를 지정·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의존성 평가 기준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최초 사례다.
그동안 국제사회에는 마약류 의존성 평가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부재해 각국이 서로 다른 평가 체계를 적용해 왔으나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UN 차원의 공식 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이번 성과는 식약처와 UNODC가 2022년 11월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2023년 9월 업무협약(MOU)을 통해 국제협력 기반을 구축한 데서 출발했다.
이후 식약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발간해 온 기존 마약류 의존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식약처·UNODC·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여기에 국내외 전문가 논의를 거쳐 한국의 평가 기술과 국제적 요구를 종합·표준화함으로써 국제 기준으로 완성됐다.
가이드라인에는 동물행동시험을 통해 마약류의 효과와 특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오피오이드계 약물을 중심으로 한 의존성 평가 방법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실험동물의 종류 및 시험 장비 구성 ▲시험 원리와 세부 시험 방법 ▲결과 분석 절차 ▲평가 시 고려사항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적용 대상에는 모르핀과 헤로인, 옥시코돈, 펜타닐 및 그 유사체를 비롯해 니타젠(nitazene) 계열 신종 합성 오피오이드 등 최근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험 물질들이 포함됐다.
기존에 국내에서 활용돼 온 조건장소선호도시험, 자가투여시험, 약물구별시험, 금단증상시험 등의 평가 기법도 국제 기준에 맞게 정립됐다.
오유경 처장은 “이번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은 국제 기준을 따르던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직접 국제 기준 마련을 주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과학적 평가 역량이 국제 규제 표준을 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한국의 기준이 세계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마약류 평가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은 “기술 검토와 평가 기준 정립 과정에 참여해 국제 기준 마련에 기여할 수 있어 뜻깊다”며 “향후에도 국제사회가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 구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을 계기로 국제적 기준이 없던 마약류 의존성 평가 분야에서 UNODC가 공식 기준을 갖추게 됐으며 각국이 신종 마약류에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내년에는 각성제 계열 약물을 대상으로 한 추가 국제 가이드라인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피오이드뿐 아니라 마약류 전반에 대한 국제 평가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글로벌 마약 대응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