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욱 교수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고령층의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있어 ‘희망감’이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가진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인지기능이 최대 30%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노년기 정신건강 관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 교수(교신저자)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제1저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자가 보고된 희망감과 인지기능의 상관관계 및 신체활동의 조절 효과(Self-reported hopefulness and cognitive function: the moderating effect of physical activity in older adults without cognitive impairment)’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65세에서 90세 사이의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1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병원 외래 환자와 지역사회 노인을 포함했으며,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느끼십니까?”라는 단일 질문을 통해 희망감이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뉘었다.

희망감을 보고한 노인은 77명, 희망감이 없다고 응답한 노인은 75명이었다. 연구팀은 두 그룹의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비교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등록구축 컨소시엄(CERAD) 신경심리검사 총점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희망감이 있는 그룹의 인지기능 총점은 비희망감 그룹보다 약 20%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치매 유전자(APOE4) 보유 여부, 혈관 위험 요인, 음주 및 흡연 등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또한, 노인우울척도(GDS)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제거한 뒤에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돼, 희망감이 우울 증상과는 독립적으로 인지기능을 보호하는 요인임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나아가 신체활동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노인신체활동척도(PASE)를 이용해 일상적인 신체활동 수준을 평가한 결과 신체활동이 희망감과 인지기능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확인됐다.

중등도 이상(high-to-moderate)의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노인 가운데 희망감을 보고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기능 총점이 약 30% 더 높았다.

반면 신체활동이 부족한 경우에는 희망감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점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희망감과 신체활동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으로 해석했다.

희망감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해마 기능을 보호하고, 신체활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증가와 신경가소성 강화에 기여함으로써 인지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지욱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주로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희망감’이라는 긍정적 심리 자원이 인지기능 보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화초를 가꾸거나, 하루 30분 산책하기, 친구와 통화하기처럼 일상 속에서 작은 성취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희망감을 키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규칙적인 신체활동으로 이어질 때 인지기능 보호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급 저널인 ‘프론티어스 인 에이징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영향력 지수 4.5)’ 11월호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와 신뢰도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