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전경 / 보건복지부

보건소에서도 개인의 진료·검사·투약 이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보건의료정보원과 함께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과 복지부의 개인건강기록(PHR) 앱인 ‘나의건강기록’의 연계를 오는 2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계로 전국 3600여 개의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이 민간 병·의원의 검사·진료 이력을 민원인 동의 하에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보건소는 환자의 진료 이력을 구두로 확인하거나 종이 진단서를 제출받아야 했고, 제출이 어렵다면 재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 같은 비효율적 절차가 개선되면서 보건소 진료·상담의 전문성과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최근 당뇨병을 진단받은 70세 A씨는 보건소 영양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했지만 정확한 검사 수치나 약물 복용 정보를 기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직원 안내에 따라 ‘나의건강기록 앱’을 설치하고 정보 제공에 동의하자 영양사는 진료 기록·허리둘레·혈당수치·복용약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A씨는 적합한 영양 상담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었고, 다가오는 건강검진 일정까지 챙길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이처럼 민간 의료기관에 축적된 건강정보를 보건소와 연계해 활용함으로써 고령층·만성질환자 등 기억 의존도가 높은 취약계층이 특히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의건강기록 앱을 통한 정보 연계는 민원인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사용자가 앱에서 공유할 날짜와 정보 종류(진단·투약·검사·진료기록 등)를 선택해 특정 보건소로 전송하면 보건소 직원은 ‘전용 뷰어’를 통해 열람만 가능하다.

보건소 시스템에 정보가 저장되지 않으며 조회 가능 시간은 30분으로 제한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어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없다.

진료와 상담 과정에서 이전 검사 수치나 병력 정보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종이문서 제출 또는 재검사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은 민원인에게도 부담이 컸다.

이번 연계로 보건소는 보다 정확하고 전문적인 진료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국민은 불필요한 재검사·재처방을 줄여 시간·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곽순헌 건강정책국장은 “고령층을 포함한 보건소 이용 국민들이 보다 정확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도입 이후 이용률과 만족도를 면밀히 살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김현준 원장은 “의료취약지의 보건진료소에서도 건강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주민들의 진료·검진·예방접종 누락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염민섭 원장은 “민간 의료기관과 공공보건기관 간 정보 단절이 해소되면서 통합적인 보건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대한민국 공공보건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지역사회 건강관리 서비스, 예방접종, 만성질환 관리사업 등과의 연계를 강화해 ‘정보 기반 개인맞춤형 보건소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소를 자주 이용하는 어르신·만성질환자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건강정보를 관리하려는 모든 국민에게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