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방암 환자의 사회적 부담 및 경제적 손실 인포그래픽 / 서강대 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

조기 유방암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강대 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 유현재 교수 연구팀은 한국노바티스의 후원을 받아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의 사회적 부담과 경제적 손실을 다각도로 분석한 연구를 진행 그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조기 유방암 환자 1인당 평균 경제적 손실은 최소 3897만 원에서 최대 7507만 원에 달하며 재발할 경우 최대 8813만 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내 유방암 환자 중 약 90%를 차지하는 1~3기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병행한 혼합 연구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단순 치료비뿐만 아니라 직장 및 가사노동 중단 자녀 보육비, 간병비, 교통비 등 다양한 간접 비용까지 포함해 사회경제적 손실을 종합적으로 추산했다.

연구 참여자 중 77.4%가 40~60대 여성이었으며, 73.3%는 자녀가 있었고 3인 이상 가구가 68%에 달했다.

유방암이 가족과 직장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해당 질병이 개인을 넘어 가정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결과다.

특히 재발한 환자의 경우, 경제적 손실은 재발하지 않은 환자보다 평균 2900만 원 이상 더 컸다.

생산성 및 가사노동 손실을 포함한 간접비용만 해도 약 1330만 원 이상 더 지출했으며 이는 재발 환자의 간접비용이 재발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1.8배가량 높다는 의미다.

진단 병기별로도 손실 규모는 큰 차이를 보였다. 3기로 진단받은 환자는 1기에 비해 간접비용이 약 2400만 원, 2기 대비 1900만 원 더 발생했다.

진단 시점의 병기가 높을수록 치료 기간과 강도, 회복 시간 등이 길어지며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정서적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재발이 걱정된다’는 항목에 대해 전체의 76.7%가 공감했으며 이 중 40.7%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삶의 질이 낮다고 응답한 환자는 전체의 58.7%에 이르렀고 이들이 지출한 간접 비용은 삶의 질이 높다고 응답한 집단보다 평균 1,062만 원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유연근무나 휴직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직종에 종사하거나, 가족 내 정서적 지지 체계가 부족한 경우에 간접비용이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삶의 질이 낮은 환자들은 업무 병행의 어려움, 가사·육아 부담 증가, 정서적 고립 등으로 인한 추가 비용 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국내 유방암 발병 연령층은 40~50대로, 사회와 가정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재발은 환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여성암이라는 이유로 경제적 영향이 축소·은폐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방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넘어선 경제적, 정서적 파장까지 가시화할 수 있었다”며 “특히 재발은 단순한 의료 이슈가 아닌 삶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정책적인 재발 예방 노력과 함께 가족·사회 차원의 지지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유방암 환자는 약 3만 명에 달하며 여성암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50대 미만의 유방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폐경 전 유방암 발병 비율은 전체의 46.5%로 절반에 육박한다.

비록 조기 유방암은 생존율이 높지만 5년 내 재발률이 17.7%에 달하고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재발 가능성이 있어 생존 이후의 삶에 대한 종합적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