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겸 교수 / 고려대구로병원
최근 오랜 기간 폐렴을 앓았던 프란시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폐렴이 고령층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질환인지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폐렴 입원 사망률이 20%, 중증 폐렴의 경우 35~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심재겸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의 위험성과 예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폐렴은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고령층에게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폐렴으로 입원할 경우, 약 5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폐렴의 경우 사망률이 35~50%까지 치솟는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이 위험은 더욱 가중된다.
폐렴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감염된 미생물이 폐에 도달해 폐포에서 증식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병원균은 폐렴구균이며, 감염 경로는 주로 무증상 보균자의 분비물이 수면 중 무의식적으로 기도로 유입되면서 시작된다.
인체의 방어작용을 뚫고 폐 깊숙이 침입한 세균은 염증세포를 유도해 발열, 가래, 호흡곤란 등 폐렴 특유의 증상을 유발한다.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은 발열, 기침, 객담 등이며 흉통이나 호흡곤란, 오한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령층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식욕부진, 기력 저하, 의식저하와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이러한 변화가 감지될 경우 폐렴 여부를 조속히 검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폐는 호흡이라는 생명유지의 핵심 기관이기 때문에 폐렴이 중증으로 진행되면 자력으로 호흡이 어려워진다.
이 경우 인공호흡기와 기관삽관을 통해 치료가 필요하며 폐렴이 전신에 염증을 퍼뜨리는 패혈증으로 발전하면 다장기 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기저 폐질환이 있거나 면역기능이 약화된 환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폐렴은 흉부 X선이나 CT 촬영을 통해 폐침윤을 확인하고 임상 증상과 혈액검사(백혈구 수치 증가), 객담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치료는 항생제 사용이 기본이며 원인균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통 경험적 항생제를 먼저 사용한다.
폐렴구균은 국내 폐렴 원인균의 4050%를 차지할 만큼 흔해 초기 치료는 폐렴구균에 효과적인 항생제가 선택된다.
증상이 호전되면 일반적으로 57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면 충분하며 무리하게 장기 복용한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단 폐농양이나 기관지확장증 같은 구조적 폐질환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에게는 반드시 권장된다.
현재 국내에는 4종류의 폐렴구균 백신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23가 다당질 백신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단백결합 백신으로는 13가, 15가, 20가 백신이 있으며, 개인의 건강 상태와 접종 이력에 따라 적절한 백신을 선택해 접종해야 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전체 폐렴의 20% 정도만 예방할 수 있지만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의 80% 이상을 예방하며 중증 진행과 사망 위험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고위험군에서는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폐렴을 포함한 각종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손씻기다.
외출 후, 식사 전후, 대중교통 이용 후 등 틈날 때마다 손을 철저히 씻는 습관은 감염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심재겸 교수는 “폐렴은 노년층에서 조용히 진행되지만 예후는 매우 나쁜 질환 중 하나”라며 “고령자가 평소와 다르게 식사를 잘 하지 않거나 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면 폐렴을 의심하고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폐렴은 적절한 예방과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방치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들은 일상 속 건강 변화에 더욱 예민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방접종, 손위생, 조기 검진은 폐렴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