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피부 관련 열대소외질환 국제회의에서 유진 선 박사와 다니엘 오브라이언 박사가 텔라세벡 임상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큐리언트

큐리언트가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텔라세벡(Telacebec)'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주관한 열대소외질환 국제회의에서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발표는 텔라세벡의 글로벌 신약 허가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전 세계 49개국에서 약 350명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석해 피부 관련 열대소외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 NTDs)의 예방, 통제, 근절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가운데 텔라세벡은 총 3건의 임상 효능 발표를 통해 주목받았으며, 별도로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는 부룰리궤양과 나병 치료에의 활용 가능성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텔라세벡의 중간 임상 결과 발표는 세계 결핵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TB 얼라이언스의 유진 선 박사와, 텔라세벡의 부룰리궤양 임상을 책임지고 있는 바원 헬스(Barwon Health)의 다니엘 오브라이언 박사가 맡았다.

임상은 호주에서 부룰리궤양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텔라세벡을 4주간 단독 투약한 결과 84%가 완치됐고 나머지 환자들 또한 피부가 재상피화(Re-epithelialization)되며 회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9일째 병변 부위에서 채취한 검체를 12주간 배양한 결과, 89%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양성 반응을 보인 11%의 환자들도 모두 임상적으로는 완치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회복됐다.

특히 기존 항생제에서 흔히 보고되는 주요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아 안전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텔라세벡은 큐리언트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시토크롬 bc1(cytochrome bc1) 저해제 계열 항생제로 박테리아의 전자전달계를 표적으로 작용한다.

이 물질은 지난 2023년 TB 얼라이언스에 기술이전됐으며 결핵을 포함해 부룰리궤양과 나병 등 기존 치료제들이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열대감염질환의 치료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룰리궤양은 마이코박테리움 울서란스(Mycobacterium ulcerans)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질환으로 피부와 피하지방, 모세혈관 등을 파괴해 심각한 궤양을 유발한다.

현재까지는 여러 항생제를 병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치료기간이 길고 부작용이 많아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텔라세벡은 단독 투약으로 짧은 기간에 완치를 유도하는 혁신적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큐리언트는 이번 중간 임상결과 발표를 계기로 텔라세벡의 부룰리궤양 적응증에 대한 미국 FDA의 조건부허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특히 FDA로부터 우선심사권(PRV, Priority Review Voucher) 획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희귀소아질환 분야의 PRV 발급 일몰이 예정된 상황에서 텔라세벡이 조건부 허가를 받을 경우 해당 PRV의 가치는 최근 시장거래가인 약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2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남기연 대표는 “이번 WHO 회의에서 텔라세벡의 효능에 대한 강한 확신이 공유됐다”며 “FDA 허가 일정을 구체화해 국내 최초의 진정한 first-in-class 신약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동구바이오제약 조용준 회장은 “텔라세벡이 국제회의의 주요 주제로 다뤄진 것은 큐리언트의 R&D 역량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FDA 승인과 PRV 확보는 큐리언트가 제시한 여러 글로벌 마일스톤 가운데 첫 걸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텔라세벡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시작된 결핵 치료제 프로그램을 큐리언트가 기술이전 받아 개발을 진행한 신약 후보물질로 전임상과 임상 1·2상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현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이번 성과는 국내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의 협력이 글로벌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