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섭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특정 필터를 이용해 자가 형광(Autofluorescence, AF) 신호를 정밀하게 촬영함으로써 백내장과 노안을 포함한 수정체 이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 백내장 진단 과정에서 의료진의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엄영섭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자가 형광 촬영 및 영상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최근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이 기술은 백내장 진단 및 평가에 있어 기존 방식보다 높은 정밀도를 제공하며 불필요한 백내장 수술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가 형광이란 외부에서 형광 물질을 주입하지 않더라도 조직 자체가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형광을 방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 눈의 조직에는 리포푸신(Lipofuscin)과 같은 자연 형광 물질이 존재하며 이를 촬영하면 망막 질환이나 이상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안저 자가 형광(Fundus Autofluorescence, FAF) 촬영 기술은 주로 황반변성과 같은 망막 질환 진단에 국한되어 있어 노안이나 백내장과 같은 수정체 이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자가 형광 촬영 장치 및 평가 시스템은 기존 망막 진단 기술을 넘어 수정체의 혼탁도를 수치화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특정 광원으로 눈을 조명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가 형광을 유도하고, 이를 고해상도 영상 센서로 감지해 촬영하는 데 있다.
또한, 빛의 투과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분석 필터를 활용해 보다 선명한 자가 형광 영상을 획득한다.
이후 촬영된 영상은 평가 장치를 통해 분석되며 수정체 혼탁도나 백내장의 등급을 수치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자동화됐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의료진 육안 관찰 방식에서 벗어나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해진다.
엄영섭 교수는 “기존 백내장 평가 방식은 의료진이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는 방식이어서 평가 결과가 주관적으로 달라질 수 있었다”며 “보다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필요했다”고 연구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백내장의 진행 정도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환자의 경제적,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자가 형광 촬영 기술은 향후 백내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안과 질환 평가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