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적절한 예방·관리와 골든타임 내 치료가 이뤄지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전국 어디서나 신속한 진단-이송-치료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이러한 대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질병분류(ICD) 코드에 기반한 기존 질병 식별체계는 급성기와 만성기 구분이 모호하고 특히 뇌졸중은 코드만으로 급·만성기 구분이 불가능해 환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가운데 심뇌혈관질환의 전국구 발생규모와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국내 연구진이 건강보험공단 보험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뇌졸중 및 심근경색 발생을 식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중환자의학과 신경과 김태정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및 고려대 의대 의학통계학교실,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예방의학회가 공동으로 급성뇌졸중 및 급성심근경색환자를 후향적으로 식별해 발생규모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국내 발생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뇌졸중 진단 코드만으로는 환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에 착안해 질병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임상과정에서 발생한 보험청구 자료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알고리즘은 뇌졸중 및 심근경색 ICD 코드를 받았던 의료기록을 ▲초급성기 치료 ▲CT·MRI·TFCA·CAG 검사 실시 여부 ▲입원 일수 ▲병원 내 사망 여부 등에 따라 분석해 실제 질병 발생 여부를 후향적으로 식별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면 뇌졸중 관련 ICD 코드(II60-1164)가 있으나 초급성기 치료와 입원 중 급성기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알고리즘은 이 케이스를 급성뇌졸중 ‘음성’으로 분류해 발생건수 집계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해 전국 6개 지역 18개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의료기록 2200건을 대상으로 질병 발생을 직접 조사한 결과와 알고리즘으로 식별한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급성뇌졸중 알고리즘의 민감도는 94%, 특이도는 88%였고 급성심근경색 알고리즘의 민감도는 98%, 특이도는 90%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또 이 알고리즘으로 추정한 2018년 연간 발생건수(재발 포함)는 급성뇌졸중 15만837건, 급성심근경색 4만5019건으로 급성뇌졸중이 약 4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19년 이전 연구들에서 보고된 발생 건수(급성뇌졸중 최대 13만 25건, 급성심근경색 최대 2만 5531건)보다 많았는데 연구팀은 그고령화 및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위험요인을 가진 인구가 늘어나며 심뇌혈관질환 발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구기간이 단축되고 병원 출입이 제한되며 충분한 의료기록을 확보하기 어려워 더 큰 표본과 넓은 범위의 병원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정 교수는 “알고리즘 분석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더욱 높이려면 자료 수집을 간소화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충분한 시간 동안 더 많은 병원의 사례를 조사해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 국민의 보험청구자료를 일원화해 관리하는 국내 의료체계의 특성을 살려 진행됐다”며 “전국적인 뇌졸중 및 심근경색 발생 통계를 추정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차원의 심뇌혈관질환 관리에 있어 일보 전진한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심뇌혈관관리중앙지원단을 중심으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됐으며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하는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오송 PHRP(Osong Public Health and Research Perspectiv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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