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교수 대한체육회 2025학교체육진흥포럼 생중계 화면 / 건국대병원
여성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부상 예방 체계는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교 체육 현장이 참여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성별 특성을 반영한 안전 시스템 구축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대한체육회 스포츠의학위원)는 지난 18일 대한체육회가 서울에서 개최한 ‘2025 학교체육진흥포럼’에서 여성 청소년을 위한 성별 맞춤형 부상 예방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여학생 스포츠 참여 확대에 걸맞은 과학적·의학적 안전 기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는 분명히 늘고 있지만 현재 학교 체육에서 적용되는 부상 예방 프로그램은 대부분 남성 신체 기준에 기반해 설계돼 있다”며 “중·고등학교 시기의 해부학적 변화, 신경근 조절 능력, 호르몬 환경을 반영한 훈련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향 전환이나 점프 후 착지 동작이 잦은 종목에 여성 청소년이 노출될 경우 성장기 신체 구조 변화와 맞물려 부상 위험이 체계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는 개인의 부주의나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의학적 현상”이라며 “예방 가능한 위험을 방치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2025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여성 선수 부상 예방 국제 전문가 합의 성명서(Female Athlete Injury Prevention, FAIR)’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해당 성명서는 여성 선수의 부상이 성별 고유의 생물학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된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FAIR 합의안은 전 세계 109명의 스포츠의학, 운동과학, 보건학 전문가가 참여해 마련됐다. 성명서는 여성 선수의 부상 위험 요인으로 ▲골반과 하지 정렬 구조 ▲신경근 조절 특성 ▲생리 주기 및 호르몬 변화 등 복합적인 생물학적 요소를 제시하며 이를 반영한 예방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선언적 권고에 그치지 않고, 5건의 체계적 문헌고찰과 1건의 스코핑 리뷰, 1건의 개념 도출 연구를 포함해 총 60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도출됐다.
이를 바탕으로 훈련, 장비, 정책, 교육, 환경 개선 전반을 아우르는 56개의 구체적인 실천 권고안이 제시됐다.
특히 훈련 기반 예방 전략이 핵심으로 강조됐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등 하지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최소 주 2회, 회당 10분 이상의 신경근 워밍업 훈련을 모든 종목에서 기본 프로그램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또한, 착지 시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 감속 동작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프로그램은 엘리트 단계 이전인 초등학교 시기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방은 경기력이 완성된 이후가 아니라, 스포츠 참여 초기 단계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제 기준은 이제 부상 예방의 ‘시작 시점’과 ‘방법’을 모두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학교 체육은 단순한 참여 확대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 중심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FAIR 합의안은 기존 스포츠 의학 연구가 남성 중심 데이터에 치우쳐 왔다는 점도 명확히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 142개 권고안 가운데 83%가 여성 선수에게 반드시 적용돼야 할 내용으로 최종 채택됐으며 향후 해당 합의안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살아 있는 지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여성 청소년 선수의 부상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라며 “국내 학교 체육 정책 역시 이번 국제 기준을 토대로 제도, 교육, 훈련 시스템 전반에서 성별 맞춤형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동원 교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스포츠 손상 예방과 재활, 청소년 체육 안전 정책 자문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