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신경차단술 진료비가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돌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과 특정 환자에게 시술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방사선 노출과 과잉시술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요양기관에서 시행된 신경차단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경차단술 진료비가 같은 기간 건강보험 총 진료비 증가율을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과 주위 조직에 국소마취제나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주입해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치료 방법으로 통증 완화와 염증·부종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감염, 출혈, 신경 손상, 효과 미흡 등 다양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적정한 시술 횟수와 관리가 중요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신경차단술은 2023년부터 심평원이 관리하는 선별집중검사 대상 항목으로 지정돼 있다.
건보공단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신경차단술을 받은 수진자는 약 965만 명으로, 총 6,504만 건의 시술이 시행됐다.
이에 따른 진료비는 3조 2960억 원으로, 2020년 1조 6267억 원 대비 5년간 2.0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86.7조 원에서 116.2조 원으로 1.34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신경차단술 증가 폭이 훨씬 큰 수준이다.
요양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종별에서 신경차단술 진료비가 증가했으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의원급 진료비는 2020년 대비 2024년 216.6% 증가했으며 전체 신경차단술 진료비 점유율도 같은 기간 83.6%에서 89.4%로 5.8%포인트 상승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8종 신경차단술의 시행 건수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2024년 전체 시행 건수는 6,504만 건으로 2020년 대비 1.70배 늘었다.
가장 많이 시행된 시술은 ‘척수신경총·신경근 및 신경절차단술(바25)’로 2024년 한 해 동안 3060만 건이 시행돼 5년간 2.20배 증가했다. 증가율이 가장 큰 시술은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바23)’로, 같은 기간 2.34배 늘었다.
건보공단은 시행 건수가 많은 바25와 증가율이 높은 바23 시술을 중심으로 요양기관별 시술 행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4년 두 시술 모두에서 특정 ‘A병원’이 최다 시행기관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은 바25 시술을 환자 1인당 평균 16.73회 시행해 전체 평균(3.89회)보다 약 4.3배 많았고 바23 시술 역시 1인당 평균 8.19회로 전체 평균(2.09회)의 약 3.9배에 달했다.
특히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 중 가장 많이 시행되는 삼차신경 분지 차단술(LA341)의 경우, A병원은 최근 5년 연속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관련 학회는 난치성 두통이나 대상포진후신경통 등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전문센터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는 있으나 연간 동일 시술을 수백 회 시행하는 사례는 매우 예외적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단위 분석에서도 과도한 의료이용 사례가 확인됐다. 2024년 신경차단술 최다 수진자인 B씨는 1년 동안 24개 요양기관을 방문해 747회 내원했고 7종의 신경차단술을 총 1124회 시술받았다.
이는 전체 환자의 평균 시행 건수(5.6회)의 201배에 해당하며 연간 진료비는 약 6700만 원에 달했다.
문제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다. 바25와 바23 시술은 일부 부위에서 C-Arm 등 방사선 투시장치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4년 신경차단술 시행기관 중 약 34.2%가 C-Arm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체 시술의 70.1%가 C-Arm 보유 기관에서 이뤄졌다. 이는 다빈도 시술 환자의 경우 누적 방사선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경차단술 1건당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은 약 0.034~0.113mSv로 추정된다. B씨의 경우 연간 최소 38.2mSv에서 최대 127.0mSv에 달하는 방사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효선량 100mSv를 초과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약 0.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기간 반복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는 “난치성 통증 환자의 경우 시술 횟수가 늘어날 수는 있으나, 환자 한 명에게 연간 수백 회의 동일 시술을 시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진단의 적정성, 통증 평가(VAS, NRS 등), 시술 효과 기록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약물치료·물리치료·심리치료 등 다학제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도한 신경차단술은 약물 부작용과 시술 합병증, 누적 방사선 노출로 인한 발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공단은 신경차단술을 포함해 주요 질환에 대한 의료이용 분석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불필요한 과잉시술로 인한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급여기준 관리와 표준 진료지침 마련을 통해 국민이 안전하고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