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숙 의원 / 전진숙 의원실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치매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Leqembi)’의 국내 부작용 보고가 불과 1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뇌부종, 미세출혈 등 심각한 이상사례가 보고되며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레켐비의 국내 이상사례 보고 건수는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12건에 불과했지만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 123건으로 급증했다. 허가 1년 만에 총 135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셈이다.
레켐비는 2024년 5월 24일 국내 허가를 받고 같은 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판됐다. 출시 초기 5개월간 보고된 이상사례는 12건이었으나, 사용량이 급격히 늘면서 부작용 보고도 함께 폭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레켐비 처방 건수는 2024년 12월 167건에서 2025년 8월 2766건으로 급증, 9개월 동안 누적 1만3719건에 달했다.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지만, 동시에 부작용 관리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다.
레켐비는 미국 FDA가 2023년 7월 정식 승인한 세계 최초의 알츠하이머 원인치료제로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기전이다. 하지만 승인 당시부터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국내에서 보고된 135건의 이상사례 중 중대한 이상사례(Serious Adverse Events)는 12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장기적 뇌 손상과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부종/삼출(ARIA-E), 미세 출혈 및 헤모시데린 침착(ARIA-H)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들 증상은 MRI 등 영상검사에서만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초기에는 환자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고 증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일부 환자는 부종이나 출혈로 인해 두통, 혼란, 언어장애 등의 신경학적 이상을 호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진숙 의원은 “미국에서는 이미 레켐비 임상시험 단계에서 사망 사례가 보고됐고, 시판 이후에도 3건의 추가 사망이 발생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식약처가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매치료제는 수많은 가족들에게 희망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희망은 오히려 절망이 될 수 있다”며 “안전성 검증과 부작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레켐비의 부작용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뇌영상의학회 관계자는 “ARIA는 고령 환자일수록, 항응고제를 복용 중일수록 위험이 커진다”며 “투약 전 환자의 뇌 영상검사와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한 신경과 전문의들은 “레켐비는 증상의 진행을 늦추는 ‘기대치 조절형 치료제’일 뿐 완치제는 아니다”라며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안전한 사용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진숙 의원은 “식약처가 안전성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부작용 발생 시 즉각적인 보고·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시판 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작용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 대한 투약 제한·주의 권고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치료제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며 “식약처와 의료계가 협력해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