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명절 연휴가 끝난 뒤 많은 이들이 신체적·정신적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리와 설거지, 장시간 이동, 무거운 짐 운반 등으로 인해 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여기에 대화 속에서의 갈등이나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우울감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불편을 통틀어 ‘명절 증후군’이라고 부르며, 적절한 관리와 대처를 권고하고 있다.
우울감,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변과 나누세요”
명절 후 찾아오는 우울감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평소보다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은 명절 전후 2~3일에 집중되며 일주일 내에 회복되지만, 일부에서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홍수민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감이 2주 이상 이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감정 기복이 아니라 명절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 증상일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방치하지 말고, 전문 상담을 통해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변인과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줄이고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 간 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대화 주제를 상의하고, 민감한 주제는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민한 주제가 나오더라도 무덤덤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을 담백하게 전달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전략도 도움이 된다.
나아가 자신의 힘듦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대화의 장을 위로와 공감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다.
손목 통증, 방치하면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이승준 교수 / 건국대병원
명절 요리와 청소로 손목을 혹사한 사람도 많다. 전 부치기, 나물 무치기, 고기 손질 등으로 손목에 무리가 가면서 뻐근한 통증을 느끼기 쉽다.
손목에는 힘줄과 인대, 연골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과도한 사용 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준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요리 전에도 운동 전처럼 간단히 몸을 풀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중간중간 손목을 돌리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증이 명절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손목터널 증후군이나 방아쇠손가락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으로는 손목을 앞으로 뻗어 반대손으로 손바닥이나 손등을 몸쪽으로 부드럽게 당기는 동작,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5~10회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장시간 운전과 이동 후 ‘척추피로 증후군’ 주의
명절 기간 동안의 장거리 이동도 큰 부담이 된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등과 허리가 뻐근해지고 통증이 발생한다. 이는 디스크가 장시간 압박을 받으며 척추와 주변 근육에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최우진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목과 어깨, 허리에 1~2주 이상 뻐근함과 통증이 지속된다면 척추피로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며 “사소하게 넘기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육 긴장을 완화시키는 스트레칭과 주기적인 휴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장거리 운전 시에는 휴게소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고, 대중교통 이동 시에도 가능한 한 걷거나 몸을 자주 움직여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방에 효과적이다.
명절의 즐거움 뒤에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남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명절 증후군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증상을 관리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 진료를 통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긴 연휴의 후유증을 ‘참다 보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기기보다는, 스트레칭·대화법·전문 진료 등 구체적인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건강한 일상 복귀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