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혁 교수 / 건국대병원

심승혁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초기 상피성 난소암 환자에게 림프절 절제술의 생존 효과가 조직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며 제35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해당 상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며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상 중 하나로 꼽힌다.

심 교수의 수상 논문은 ‘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Lymphadenectomy in clinically early epithelial ovarian cancer and survival analysis (LILAC): a Gynecologic Oncology Research Investigators Collaboration (GORILLA-3002) retrospective study’다.

이 연구는 국내 4개 3차 병원이 참여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로 GORILLA-3002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임상적으로 초기 진단을 받은 상피성 난소암 환자 586명을 대상으로 림프절 절제 여부에 따른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자 중 453명은 림프절 절제를 시행받았고, 133명은 시행하지 않았다.

전체 환자군에서의 분석 결과 5년 무병생존율(DFS)은 절제군이 88.9%, 비절제군이 83.4%로 나타났고 5년 전체생존율(OS)은 각각 97.2%와 97.7%로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조직형을 분류해 분석한 결과 획기적인 임상적 의미가 도출됐다.

특히 장액성(serous) 조직형 환자군에서 림프절 절제술의 효과가 뚜렷했다. 이 그룹의 5년 무병생존율은 절제군이 86.5%로 비절제군의 74.4%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으며(p=0.048) 조정된 재발 위험비(adjusted HR)는 0.281로 림프절 절제가 재발 위험을 약 72%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p=0.010).

반면 점액성, 명세포성 등 다른 조직형에서는 림프절 절제 여부가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난소암 수술에서 림프절 절제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기존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수술 방침을 조직형에 따라 차별화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난소암 치료에서 조직형을 고려한 수술 방침이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임상적으로 입증한 세계 최초의 데이터로 개인화된 치료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암 분야에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수술에 따른 부작용까지 함께 분석해 불필요한 외과적 처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도 제시했다.

림프절 절제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림프낭종, 출혈, 감염 등의 발생 가능성도 함께 고려한 점에서 임상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연구는 GORILLA(Gynecologic Oncology Research Investigators Collaboration)라는 국내 산부인과 부인암 연구자 협업체계를 통해 수행됐으며 초기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치료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공한 점에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장액성 종양 환자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림프절 절제술이 무병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 진료지침 개정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획일적 수술 기준을 넘어, 세부 조직형에 따라 치료 방침을 달리하는 ‘정밀 의료’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수상은 건국대병원이 주도한 다기관 임상연구가 세계 수준의 학술적 가치를 입증한 사례로 향후 여성암 치료의 임상 패러다임 전환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