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교수 / 한림대성심병원
대사증후군이 조기 치매 발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사질환이 있는 경우 조기 치매의 발병 위험이 최대 70%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특히 체중이 정상이라도 대사이상이 동반되면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교신저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순천향대 신경과 이정윤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40~60대 남녀 약 198만 명을 평균 7.8년간 추적 관찰하며 대사증후군과 조기 치매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혈중 중성지방 증가,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 감소 등 5가지 대사 이상 지표 가운데 3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약 25%가 대사증후군에 해당했으며 이들은 조기 치매 발생 위험이 24%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HR 1.24, 95% CI 1.19~1.30).
조기 치매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사증후군 보유자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2% 증가했고(HR 1.12, 95% CI 1.031.22), 혈관성 치매는 21% 증가했다(HR 1.21, 95% CI 1.081.35).
특히 대사증후군의 다섯 가지 지표에 모두 해당하는 고위험군은 조기 치매 위험이 무려 7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연구는 체중이 정상이라도 대사질환이 있으면 조기 치매 위험이 오히려 비만군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체형에 관계없이 대사 건강 이상이 뇌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삼는 건강 관리 방식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이 조기 치매의 중요한 위험 인자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며, “대사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수면 개선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함으로써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나아가 치매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대사증후군이 단순한 성인병의 전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발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 정책 및 예방 전략에 있어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사증후군과 조기 치매의 연관성(Association Between Metabolic Syndrome and Young-Onset Dementia)’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신경학회(ANN) 공식 학술지인 ‘Neurology’ 4월호에 게재되며 국제적 학문적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