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장마철이 본격화되면서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각종 세균성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여름철 해수 온도 상승과 맞물려 급증하는 감염병 중 하나가 바로 ‘비브리오 패혈증’이다. 치명률이 높고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3급 법정 감염병으로 해수에 서식하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균에 의해 발생하는 세균성 감염질환이다.

주로 어패류를 덜 익히거나 날것으로 섭취하거나 바닷물에 존재하던 균이 피부 상처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때 감염된다.

해수 온도가 18℃를 넘기 시작하는 56월부터 균 검출이 증가하며 고수온기인 8~10월 사이 인체 감염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감염 유형은 ▲창상 감염형 ▲원발성 패혈증 두 가지로 나뉜다. 창상 감염형은 바닷물이나 어패류가 피부의 상처 부위에 접촉하면서 균이 체내에 침입해 감염된다.

증상은 상처 부위가 급격히 붓고 붉어지며 수포 또는 괴사로 진행될 수 있으며 건강한 사람이라도 감염 후 빠르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초기 항생제 치료와 상처 관리가 필수적이다.

원발성 패혈증은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이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했을 때 발생하며, 고열과 오한, 전신쇠약,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감염 후 30시간 이내에 손발 등의 말초 부위에 부종과 반상출혈, 수포, 궤양 등 피부 병변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감염 후 48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치료는 주로 세팔로스포린계 또는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를 사용하며, 피부 괴사가 진행된 경우 절개, 절단 등 외과적 치료가 병행된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전신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상 초기에 병원을 찾아 신속히 치료받는 것이 생명을 좌우한다.

예방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해산물은 반드시 5℃ 이하에서 보관하고 흐르는 수돗물로 깨끗하게 세척한 뒤 85℃ 이상의 온도에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개류는 껍질이 열린 뒤에도 최소 5분 이상 끓여야 한다.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 바닷물이나 갯벌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하며 어패류를 손질할 때는 고무장갑을 착용해 균 침입을 차단해야 한다.

김정연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증상이 심할 경우 빠르게 쇼크로 진행될 수 있어 오한이나 발열 등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즉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1주일 이내에 익히지 않은 어패류나 해산물을 섭취한 이력이 있다면, 발열·오한 등 증상이 없어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간 질환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중독자, 면역억제제나 항암제를 복용 중인 환자 등은 고위험군으로 감염 시 치사율이 50%에 달할 수 있는 만큼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