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전신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 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만성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치료가 까다로운 것이 특징이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루푸스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지며 과로, 스트레스, 자외선 노출, 흡연 등이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고혈압 치료제 하이드랄라진, 부정맥 치료제 프로카인아마이드 등의 일부 약물이 약물 유발 루푸스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루푸스 환자의 80~90%는 얼굴과 전신에 피부 발진이 나타나며 특히 코 위쪽을 중심으로 나비 모양의 발진이 흔하게 발생한다.

관절 이상도 흔한 증상으로 환자의 75%에서 힘줄과 인대의 변화로 인해 손가락이 심하게 구부러지는 등의 운동성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신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신부전이나 신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합병증은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또한, 심장, 폐, 위장관 등의 염증,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혈액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며 우울증과 불안 등의 신경정신적 증상도 일부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루푸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검사, 소변 검사, 흉부 X-선 촬영, 신장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특히 자가항체 및 보체 검사가 필수적인데 이는 자가면역 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항체를 측정해 질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피부 발진이나 관절 통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류마티스내과보다 다른 진료과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항말라리아제, 진통소염제,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신장 질환, 심한 빈혈, 혈소판 감소, 경련 등의 증상이 있는 중증 루푸스 환자의 경우에는 고용량 부신피질 호르몬과 강력한 면역억제 요법이 필요하며 반드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판단 아래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되어 B세포 억제제(벨리무맙)나 인터페론 차단제(애니프로루맙) 등의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은 루푸스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외선 차단,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단 유지가 경증 루푸스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피로가 쌓이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과 안정이 필수적이며 감염 예방을 위해 독감, 폐렴, 대상포진 등의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재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는 꾸준한 치료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급격히 악화될 위험이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발병 후 5년 생존율이 5%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푸스는 경증부터 중증까지 증상이 매우 다양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여 환자 개별 맞춤형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