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림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최근 갑작스럽게 찾아온 입춘 한파로 인해 손발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50대 여성 박모 씨 역시 손과 발이 저리고 찌릿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족냉증으로 여겼지만 결국 ‘말초신경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 씨가 진단받은 말초신경병증은 척추에서 근육과 피부 등 말단 부위로 연결된 신경망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다양하지만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당뇨병으로 인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저림, 통증, 감각 둔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외에도 유전적 요인, 알코올 남용, 특정 약물의 독성, 감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뉘며, 말초신경계는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에 분포해 있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마비, 근력 저하, 저림, 통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말초신경질환은 크게 ▲압박성 말초신경병과 ▲다발신경병으로 나뉜다. 압박성 말초신경병은 특정 신경이 압박되면서 발생하며 대표적인 질환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이 있다. 반면 다발신경병은 주로 손발 끝에서 시작해 점차 몸통으로 저린 범위가 넓어지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손발 저림은 혈액순환 문제나 특정 자세를 장시간 유지했을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자세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말초신경질환은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와 다르며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감각 둔화 ▲타는 듯한 통증 ▲근력 약화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경우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말초신경질환의 진단은 신경전도 검사, 근전도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약 25%는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병력과 증상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경우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항경련제나 항우울제를 통해 신경통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말초신경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수적이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금연 및 절주가 중요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다리를 꼬고 앉거나 팔꿈치에 압박을 가한 채 글씨를 쓰는 등 신경을 압박하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성 신경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혈당과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혜림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발 저림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뒤늦은 한파 속 손발 저림이 단순한 증상이 아닐 수도 있다. 지속적인 저림과 통증이 있다면 신경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