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여성, 유방암 발병 위험 높다

연세대·고려대 연구팀, 장기 항정신병제 복용과의 연관성 밝혀

박원빈 기자 승인 2024.11.05 14:34 의견 0
정선재 교수 / 고려대 의과대학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일반 여성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 공동 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정신질환이 없는 여성보다 1.26배 높으며 특히 폐경기 전후인 40~64세 여성에서 그 위험이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정신병 약물의 장기 복용이 유방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선재 교수, 양지수 박사와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조철현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에 의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활용해 18세에서 80세 사이의 여성 약 90만 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이들 중 22만여 명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으며 기타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 22만여 명과 비교 그룹인 정신질환이 없는 여성 45만여 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조현병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은 일반 여성보다 1.26배, 기타 정신질환 여성보다 1.0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항정신병 약제를 4년 이상 장기 복용한 환자의 경우, 약물 복용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1.36배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64세 여성에서 유방암 위험이 1.36배로 상승했으나 40세 미만과 64세 이상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선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며 “특히 폐경 전후 중년 여성의 경우 유방암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조기 검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현 교수는 "항정신병 약물의 장기 사용이 불가피한 환자에 대해서는 유방암 발생 위험을 고려한 맞춤형 약물 선택과 주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조현병 여성 환자들의 유방암 예방을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장기 약물 사용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정신의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돼 국제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조현병 환자들의 건강 관리와 약물 사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고위험 환자 관리에 있어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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