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균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과도한 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단기간의 체중 감량이나 바디프로필 촬영을 목표로 고강도 운동을 무리하게 시작하는 경우 근육이 녹아내리며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 발병 위험이 커진다.

횡문근융해증은 고강도 근육 운동이나 심한 외상, 약물, 고열 등으로 인해 근육이 손상되면서 그 안에 포함된 물질들이 혈액으로 대거 유출돼 전신에 악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특히 근세포 속 미오글로빈, 칼륨, 크레아틴 키나이제(CK) 등의 성분이 혈액으로 흘러나오면, 신장과 간을 포함한 주요 장기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김재균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퍼스널 트레이닝(PT)을 시작하면서 운동량을 급격히 늘리는 사례가 많다”며 “하지만 체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을 지속하면 횡문근융해증과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후 일상적인 근육통과는 다른 심한 전신 피로감, 근력 저하, 구역감, 갈색 또는 콜라색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횡문근융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혈청 크레아틴 키나이제 수치와 미오글로빈 농도를 측정하며, 소변에서도 미오글로빈 검출 여부를 확인한다.

이 질환은 근육통을 넘어 ▲부종 ▲근육 경련 ▲신경 압박 ▲구획증후군(근육 내 압력 증가로 혈관과 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유출된 근세포 성분이 신장을 자극해 급성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혈액 투석이 필요할 수 있다. 드물지만 간 수치 상승에 따라 전격성 간염이 발생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횡문근융해증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 빠른 수액 투여로 회복이 가능하다. 수액을 통해 혈류를 확장시키고, 유해물질의 배출을 촉진시켜 신장 손상을 예방한다.

그러나 증상이 중등도 이상으로 악화된 경우에는 이뇨제 사용이나 혈액 투석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김 교수는 “탈수는 횡문근융해증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위험 요인이므로, 운동 전후 수분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몸이 적응할 수 있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하며, 평소와 다른 심한 통증이나 콜라색 소변이 나올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획기적인 체형 변화를 목표로 단기간에 운동량을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것은 근육 성장보다는 오히려 신체 전반의 손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은 건강을 위한 수단이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여름철 체중 감량이나 몸매 관리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나친 욕심보다는 몸 상태를 고려한 균형 있는 운동 루틴과 적절한 수분 섭취, 충분한 회복 시간을 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