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수행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 규모 연구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에 사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국가 청구자료를 활용해 흡연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친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누적 흡연 관련 의료비는 약 40조 7천억 원(298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위험요인으로 인한 재정 부담 규모가 장기간에 걸쳐 매우 크게 축적돼 왔음을 수치로 확인한 것이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는 약 4조 6천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82.5%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한 것으로 분석돼 흡연의 폐해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공적 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직접흡연과 간접흡연 모두 건강보험 재정에 중대한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흡연 관련 의료비 중 약 48%가 간접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 흡연 피해가 흡연자 개인을 넘어 비흡연자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수치로 입증했다.

이는 공공장소 및 생활공간에서의 간접흡연 관리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결과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흡연 관련 의료비의 약 80.7%가 50~79세 연령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흡연 노출이 수십 년에 걸쳐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고령기에 집중되는 구조가 건강보험 재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질병군별로 살펴보면, 흡연 관련 의료비 중 암 관련 지출이 약 14조 원(105억 2천만 달러)으로 전체의 35.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폐암이 약 7조 9천억 원(58억 달러)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흡연과 폐암 간의 강한 연관성이 의료비 지출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폐암 관련 의료비는 2014년 약 4357억 원(3억 2천만 달러)에서 2024년 약 9985억 원(7억 3천만 달러)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장기간에 걸친 치료와 고비용 항암치료가 반복되는 질환 특성이 이러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직·간접 흡연이 장기간에 걸쳐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결과”라며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가 폐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5일 담배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세계은행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피해 규모를 국제적 기준에 따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판결 과정에서도 중요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과 세계은행은 이번 공동 연구를 계기로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확장하고 흡연 규제와 비용 회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후속 연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