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동원 AI 이노피아드'에서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동원그룹

동원그룹이 연말 송년회 대신 인공지능(AI) 경진대회를 열며 조직 전반에 ‘AI 실무 동료화’를 본격 선언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실제 업무 흐름 속에 깊숙이 결합시키겠다는 전략적 행보다.

동원그룹은 지난 22일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2회 동원 AI 이노피아드(AI Innopiad)’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AI 이노피아드는 동원그룹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사내 AI 경진대회로 올해가 두 번째 행사다. 총상금 규모는 4000만 원에 달한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와 결이 다르다. 첫 회가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한 단계 진화한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중심에 섰다.

AI가 단순히 답변을 생성하는 도구를 넘어 업무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형 에이전트’로 기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이노피아드는 지난 10월부터 동원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이 참여해 약 3개월간 예선을 치렀다.

본선 무대에는 내부 심사를 거쳐 선발된 12개 팀이 올라 실무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AI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출품 과제들은 공통적으로 ‘반복 업무 최소화’와 ‘의사결정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무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정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실무자 개입 없이 매입전표를 자동 처리하는 ‘재무 AI요원(AI 임플로이)’ ▲대리점 및 판매 채널의 수산물 유통 데이터를 메타 분석해 최적의 판매 전략을 도출하는 ‘AI 판매왕’ ▲공정 전반을 분석해 생산 일정을 자동 수립하는 ‘일정의 신’ ▲AI와 CCTV를 연계해 위험물 보관 상태를 실시간 감지하는 ‘AI 위험물 감지센터’ 등이 소개됐다.

특히 동원산업 회계팀 실무자들이 제안한 ‘재무 AI요원’은 실효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기존 수작업 중심의 전표 처리 업무 시간이 60%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회계 인력의 분석·기획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원F&B 디자인팀은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디자인 경쟁력 평가 시스템(Design Voting System)’을 선보였다.

소비자 데이터를 AI가 자동 분석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구조로,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효율성과 시장 적합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동원팜스는 축산농가와의 상생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 소 건강 분석 및 맞춤형 사료 제안’ 모델을 제시했다.

사료 섭취 패턴과 건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농가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원건설산업은 과거 공사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공사 기간을 예측하는 ‘공사기간 산출 AI 서포터’를 공개해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본선 심사에는 학계와 산업계를 대표하는 AI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의 심현정·신기정 교수, 서울대 이준환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 이문태 교수, 홍익대 김승범 교수 등 학계 전문가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SDS, PwC 등 글로벌 IT·컨설팅 기업의 AI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심사 과정에서는 기술 구현 수준뿐 아니라 실제 업무 적용 가능성, 확장성, 조직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됐다.

김남정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AI를 바라보는 그룹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에이전틱 AI는 ‘일 잘하는 동료’ 1천 명과 같다”며 “신기술 접목을 통해 회사의 성장과 혁신을 이루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필요에 답하고 미래 세대의 삶에 기여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원그룹은 이번 AI 이노피아드를 계기로 에이전틱 AI를 실무 전반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AI 전환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