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용 교수 / 건국대병원
겨울철 기온이 낮아지면서 기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침은 흔히 감기의 일부로 여겨지지만 경우에 따라 중증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기침의 지속 기간과 증상 양상을 기준으로 조기 진료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기침은 외부의 이물질이 기도로 침입하는 것을 막고, 폐와 기관지 속에 쌓인 분비물을 배출하는 인체의 기본적인 방어기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침은 불편한 증상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오히려 이 기능이 약화될 경우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고령층과 뇌졸중 환자들은 기침 반사 기능이 저하돼 음식물이나 분비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가 감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의료계는 기침을 지속 기간에 따라 ▲3주 미만의 급성 기침 ▲3~8주의 아급성 기침 ▲8주 이상 이어지는 만성 기침으로 구분한다. 이는 지속 기간에 따라 주요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와 건조한 환경이 기관지를 자극해 일시적인 기침이 흔하지만 일정 기간 이상 기침이 이어질 경우 단순한 환경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주 이내의 기침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으로 시작된 감기 증상”이라며 “8주 이상 이어지는 기침은 감기 후유증이 아니라 만성 질환의 징후일 수 있어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성 기침을 유발하는 대표적 요인으로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기관지확장증, 폐섬유화증 등이 있다. 여기에 흡연, 약물 부작용, 먼지·연기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질 수 있다.
호흡기 외 질환도 기침을 유발한다. 위식도역류질환(GERD)은 위산이 기관지를 자극하면서 지속적인 기침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부비동염 등 코 질환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폐결핵이나 폐암처럼 진행 속도가 느린 질환도 만성 기침으로 발현될 수 있다”며 정확한 감별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침이 계속될 때 병원 방문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문지용 교수는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된다면 흉부 X-ray 촬영 등 기초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결핵은 진단이 늦어질 경우 전염 위험이 높고,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초기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증상이 8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악화된다면 폐기능 검사나 흉부 CT 등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침과 함께 특정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각적인 병원 방문이 요구된다. 의료계는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날 때 발열과 체중 감소가 이유 없이 지속될 때는 중증 질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속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소리가 갑자기 쉬거나 변화가 생기거나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에도 호흡기 질환의 진행을 의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흡연 이력에 따른 고위험군 기준도 제시된다. 55세 이상이면서 30년 이상 흡연한 사람, 또는 45세 이상 흡연자에게서 새로운 기침이 발생하거나 기존 기침의 성격이 달라질 경우 폐암 등 중증 질환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어 즉각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기침이 모두 병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기침이 1~2주 지속되더라도 전신 증상이 없고 기침 빈도와 강도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자연적인 회복 과정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객혈, 고열, 호흡곤란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거나 기침이 점차 악화되는 경우에는 진단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문지용 교수는 “기침은 원인이 매우 다양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조기 진료가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