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현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올겨울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며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는 지난해보다 약 두 달 앞당겨 발령됐으며 11월 초 기준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50.7명으로 최근 10년 같은 시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7세부터 18세 사이 학령기 아동·청소년 환자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가정 내 전파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미 독감을 한 차례 앓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백신을 맞아야 하나”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독감 바이러스의 다양한 아형 특성을 고려하면 추가 감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독감백신은 여러 유형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감염 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독감백신은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독감 유행은 일반적으로 12월~1월 1차 유행, 3~4월 2차 유행의 두 단계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1월 말이나 12월 초라도 접종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독감백신의 주요 목적은 감염 자체의 예방뿐 아니라 특히 고위험군에서 중증 합병증을 줄이는 데 있어 중요하다. 접종을 통해 폐렴, 입원, 호흡부전 등 심각한 악화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접종이 늦었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며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12월 초까지는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위험군은 가능한 한 빨리 접종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고령층, 심혈관·폐질환·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임산부, 영유아 및 소아, 면역저하자, 의료기관 및 요양시설 종사자 등은 매년 독감백신 접종이 강하게 권고된다.

윤 교수는 “고위험군이 독감에 걸릴 경우 폐렴이나 중증 호흡 부전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며 “본인 혹은 가족 구성원 가운데 고위험군이 있다면 예방접종과 개인 위생수칙 준수를 통해 감염뿐 아니라 합병증의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 독감을 앓았다고 해서 해당 시즌 전체를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독감은 서로 다른 계통의 A형·B형 바이러스에 재감염될 수 있으며 백신은 이들 대부분을 아우르게 설계된다.

올해 국내에서 사용되는 독감백신은 A형 H1N1, H3N2, B형 빅토리아 계열을 포함한 ‘3가 백신’이다.

기존 4가 백신에 포함되었던 B형 야마가타 계열은 2020년 3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검출되지 않아 WHO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맞춰진 백신으로, 3가와 4가의 예방효과는 동등하다”고 설명한다.

예방효과 측면에서도 독감백신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지현 교수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독감백신은 발병 예방률이 70~90%에 달한다”며 “65세 이상에서는 발병 예방률이 약 40%로 다소 낮지만 입원 예방 효과는 50~60%, 사망 예방 효과는 약 80%로 나타나 고령층에게 특히 큰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유행이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지만 봄까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아직 접종하지 않은 고위험군은 서둘러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