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린 교수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겨울철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호흡기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폐렴 환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당뇨병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폐렴이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폐렴(상병코드 J12~J18)으로 의료기관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188만482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환자 수 87만3663명과 비교해 약 115% 증가한 수치다. 국내 폐렴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폐렴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만성콩팥병, 신경계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단순한 감염병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면역 반응과 장기 기능이 이미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폐렴 발생 위험이 높고, 치료 경과도 불량한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는 폐렴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당 상태는 백혈구의 탐식 작용을 저하시켜 세균 제거 능력을 떨어뜨리며 세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감염이 빠르게 확산된다. 이로 인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강혜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폐렴으로 인한 염증 반응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켜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이는 다시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회복을 지연시킨다”며 “혈관 손상으로 항생제 전달이 원활하지 않고 신경 손상으로 증상이 늦게 나타나 조기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어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COPD 환자의 경우 폐렴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최대 7배 높고, 사망률 또한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미 폐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하면 급성 호흡부전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치료 이후에도 폐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 교수는 “COPD 환자는 기도의 섬모 기능이 손상돼 외부 세균을 배출하지 못하고 폐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며 “염증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호흡부전에 빠질 수 있고 회복 후에도 폐기능 저하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부전이나 부정맥, 관상동맥질환 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 역시 폐렴에 취약하다. 심장 기능 저하로 폐에 혈액이 정체되면 폐부종이 생기기 쉽고 이로 인해 미생물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폐렴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체내 요독 축적으로 인해 전신 염증 조절 능력이 저하돼 폐렴균에 대한 초기 대응이 어렵다.
폐렴이 급성 신기능 저하를 유발해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고 패혈증으로 진행될 위험도 크다. 이 과정에서 항생제 대사 변화와 전신부종이 동반되며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신경계질환 환자는 삼킴 기능 저하로 음식물이나 침이 기도로 들어가 발생하는 흡인성 폐렴 위험이 높다.
가래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폐렴이 장기화되기 쉽고, 이는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
강 교수는 “기저질환자에게 폐렴은 단순히 폐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산소 부족과 염증 반응이 심장·신장·뇌 등 약해진 장기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전신질환”이라며 “이러한 다장기 기능부전 상태에서는 치료를 견딜 체력이 부족해지고 회복 가능성이 낮아져 사망률이 일반 폐렴 환자보다 2~3배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폐렴은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겨울철 기침과 가래를 단순한 감기로 치부하고 방치할 경우 중증 폐렴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강 교수는 “기침과 가래가 3~4일 이상 지속되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고, 몸살 기운이 유독 심하다면 지체하지 말고 호흡기내과를 방문해 진찰과 흉부 X선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기저질환자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폐렴 예방접종을 통해 중증 폐렴과 합병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