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31일 열린 ‘2025년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급여적정성 분석 및 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영과 국민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정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이번 세션은 총 세 가지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융합연구부 및 연구개발실의 주요 연구진이 참여해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첫 번째 발표에서 노연숙 빅데이터융합연구부장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 사용 차이 분석’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노 부장은 “건보공단이 보유한 전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라 메틸페니데이트 사용률에 현저한 격차가 존재했다”며 “특히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층에서도 약제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인 ADHD 환자의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과적 공존질환을 함께 고려한 약제 처방이 필요하다”며 “단순 사용 증가가 아닌 임상적 적정성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태화 부연구위원은 ‘소화기관용 의약품 주목적 외 사용 패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고 부연구위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국민의 84%가 소화기관용 의약품을 처방받았으며 1인당 연평균 165정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약제는 과다복용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와 불필요한 재정 부담이 동시에 우려되는 약제군”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체 소화기관용 의약품 처방 중 호흡기계 및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처방이 소화기계 질환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단순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의 75.7%(처방전 기준 63.6%)가 소화기관용 약제를 함께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상현장에서의 관행적 처방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세 번째 발표에서 하성준 부연구위원은 ‘비중격만곡증 수술 의료이용 행태 및 건강보험 재정영향 분석’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하 부연구위원은 “비중격만곡증 수술은 2015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20대 여성과 성형외과에서의 수술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급여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구조로 인해, 미용성형과 비중격 교정수술을 함께 시행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장선미 가천대학교 교수, 유승찬 연세대학교 교수, 장정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그동안 임상현장에서 체감하던 문제를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 기반 근거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적정 급여 유도와 처방 행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 그룹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김재용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국민의 사회경제적 수준, 의료이용, 건강검진, 장기요양 등 생애주기별 정보를 포괄한 국가적 패널데이터로, 그 잠재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공단 빅데이터연구개발실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 근거 생산을 통해 의료기관의 적정진료를 유도하고 국민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앞으로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근거기반 정책을 확대하고 급여의 적정성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