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제3회 졸업증서 / 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이 한국 근대 여성의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故 정해순 선생의 유자녀로부터 근대 의학 유물 60여 점을 기증받았다.

이번 기증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 여성의학의 발전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1923년생인 정해순 선생은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현 고려대 의과대학의 전신 중 하나)에 입학해 1944년 제3회로 졸업했다.

이후 1946년 미군정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며 당시 한국 여성으로서 드물게 전문 의료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60여 년간 현지에서 의사로 봉직하며 인술을 펼쳤고 은퇴 후에도 몽골·필리핀 등지에서 의료봉사를 이어가며 ‘참된 의사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류애와 봉사의 가치를 실천한 그의 삶은 한국 여성의학사의 상징적 발자취로 남아 있다.

이번에 고려대의료원에 기증된 유물에는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제3회 졸업증서 ▲졸업 및 성적증명서 ▲미군정청 발급 의사면허증 ▲미국 각 주의 의사면허증 및 전문의 자격증 ▲의료 활동 기록물 등 총 60여 점이 포함돼 있다.

이 유물들은 단순한 개인 기록을 넘어 한국 여성 의사의 국제적 진출 과정과 근대 의학교육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특히 일제강점기 여성 의학교육의 실태, 해방 이후 여성 의사의 사회적 역할, 해외 진출 여성 의료인의 활동상 등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전망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번에 기증받은 유물을 고려대 여성의학사연구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향후 연구 자료 및 전시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 여성의학의 뿌리와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미래 세대에게 의료인의 사회적 소명과 역사적 의미를 전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는 해방 이전까지 총 157명의 여의사를 배출하며 당시 열악한 의료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지만, 관련 사료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기증은 여성의학 발전사에서 잊혀져가는 역사적 순간을 복원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순 선생의 유물은 한국 여성의학의 뿌리와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고려대의료원의 역사적 정체성을 비추고 여성 의료인의 헌신과 열정이 현재의 의료문화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고려대학교의료원은 한국 근대 여성의학사의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의료인 정신과 인류애의 가치를 되새기는 역사적·교육적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