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 / 남인순 의원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들의 법적·의학적 조력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의료분쟁조정 환자대변인제’에서 위촉된 변호사 중 상당수가 병원 측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현직 변호사인 것으로 드러나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촉된 환자대변인 인적사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선발된 총 56명의 환자대변인 변호사 중 9명이 현재 병원 측 자문·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거나 직접 병원을 대리해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 변호사는 단일 병원이 아닌 5곳 이상의 병원과 동시에 자문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었으며 또 다른 변호사는 특정 병원의 소송을 직접 맡고 있음에도 환자대변인 자격으로 위촉돼 환자와 병원 양측 이해관계를 동시에 갖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

의료분쟁조정 환자대변인제는 의료사고 피해 환자가 조정 과정에서 전문적 조력을 받아 절차 참여의 실질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중재원이 도입한 제도다.

환자가 의료사고 분쟁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법적·의학적 한계를 보완하고, 환자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5월 공모와 심사를 거쳐 의료사고 분야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56명의 변호사를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가 현직에서 병원의 소송을 수행하거나 자문을 맡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환자를 대변해야 할 변호사가 병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제도의 근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비판했다.

이어 “특히 현직에서 병원 소송을 직접 맡거나 여러 병원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환자대변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명백히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병원 측 자문이나 소송 업무를 수행 중인 9명의 변호사는 즉각 해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이번 사안은 환자 권익 보호라는 제도의 명분과 실제 운영 간 괴리를 드러낸 사례로 향후 보건복지부와 중재원이 제도의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