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의원 / 김선민 의원실

전국 상급종합병원 의약품 공급 구조에서 특정 도매상이 공급 비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 현상이 드러나면서, 불공정 거래와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의료기관에 의약품이 공급되는 방식은 크게 제약사·수입사가 직접 공급하는 직접공급과, 의약품 도매상을 거쳐 공급되는 도매공급으로 나뉜다.

2024년 기준 전체 요양기관 의약품 공급 비중을 보면 직접공급은 8.8%에 불과했고, 91.2%가 도매상을 통한 공급이었다.

특히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도매공급 비율이 무려 98.1%에 달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소비되는 의약품 대부분이 도매상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의약품 도매상은 2024년 기준 3,462개이며,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 공급하는 도매상은 288곳이었다.

그러나 공급 도매상 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급 구조는 한 곳에 편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8곳은 특정 도매상이 공급액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 7곳, 2023년 5곳에서 2024년 8곳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례를 보면 A 상급종합병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13개 도매상으로부터 781억 원의 의약품을 공급받았으나, 이 중 한 도매상이 765억 원(97.9%)을 차지했다.

B 상급종합병원은 11개 도매상 중 1곳이 795억 원(97.6%)을 공급했으며, C 상급종합병원 역시 17개 도매상 중 1곳이 754억 원(97.5%)을 담당하는 등 사실상 독점 구조가 확인됐다.

반면 국공립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특정 도매상이 90% 이상을 공급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공립 병원의 70% 이상은 특정 도매상의 공급 비율이 50% 미만으로 나타나 사립 상급종합병원과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이는 독점 현상이 주로 민간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 8월 검찰은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리베이트 수사를 벌였다.

○○약품 대표 A는 종합병원 3곳에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약 34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과정에서 대학병원 이사장과 의료법인 관계자 등 8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현행 약사법은 도매상과 의료기관 대표가 특수관계인(2촌 이내 친족 또는 50% 초과 지분 소유)일 경우 거래를 금지할 뿐 공급 비율에 대한 제한은 없는 실정이다. 이는 대형병원과 소수 도매상 간 사실상 독점적 공급 구조를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김선민 의원은 “대형병원이 특정 도매상과 사실상 독점적 거래를 유지하는 구조는 다른 도매상들의 거래를 제약하는 불공정 행위일 뿐만 아니라, 독점 관계 유지를 위한 리베이트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대형병원 의약품 공급 구조를 면밀히 조사하고 공급 비율이 합리적으로 분산되도록 약사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