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며,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언제든지 혈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파열 시 극심한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로 이어지며 환자의 약 3분의 1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뇌동맥류는 40대에서 70대 사이에 주로 발견된다. 크기는 2mm의 작은 동맥류부터 50mm 이상의 거대 동맥류까지 다양하다.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혈압, 흡연, 가족력, 혈관벽 손상 등이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족 중 뇌동맥류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4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파열 전에는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동맥류가 커지거나 특정 위치에 자리할 경우 주변 신경조직을 압박해 시야 이상, 시력 저하, 감각 이상, 두통,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조현준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열이 발생하면 환자는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다”며 “오심, 구토, 뒷목 뻣뻣함이 동반되고 심한 경우 의식 소실과 발작, 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30%가 사망하며 생존자의 절반에서도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 남는다”고 경고했다.

뇌동맥류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클립결찰술은 머리를 열고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를 작은 금속 클립으로 집어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재발률이 낮고 확실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개두 수술이라는 부담이 따른다. 주로 젊은 환자나 표면 가까이에 위치한 동맥류에 적용된다.

코일색전술은 혈관을 통해 지름 1㎜ 이하의 얇은 백금 코일을 동맥류 내부에 삽입해 혈류를 막는 방법이다. 회복이 빠르고 고령 환자에게 많이 시행되지만 상대적으로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기존 치료법의 단점을 보완한 첨단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특히 손목 요골동맥을 통한 뇌혈관 조영술이 주목받는다.

기존에는 대퇴동맥을 통해 접근했지만, 요골동맥을 활용하면 시술 후 바로 움직일 수 있고 혈종 발생 위험도 낮다.

또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한 미니개두술, 혈류 방향을 바꿔 치료하는 혈류변환 스텐트 시술, 풍선과 스텐트를 동시에 사용하는 풍선-스텐트 병합 시술, 그리고 넓은 목을 가진 동맥류에 적용되는 WEB(Woven EndoBridge) 기구 등 맞춤형 치료법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WEB 시술은 코일이나 스텐트 병행 없이 동맥류 내부를 효과적으로 차단해 안정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조현준 교수는 “새로운 기법들은 재발률을 낮추고 합병증 위험을 줄여 환자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며 “특히 WEB 시술은 항혈소판제 복용 기간을 줄여 출혈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류는 치료 후에도 재출혈과 재발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항혈소판제 복용을 꾸준히 이어가야 하며 주기적인 영상검사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생활습관 관리 또한 중요하다. 흡연은 재발 위험을 높이고, 음주는 혈압을 급격히 올려 위험을 키운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비만 등 기저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조 교수는 “뇌동맥류는 발병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조기 발견으로 파열 전에 치료할 수 있다”며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있다면 반드시 정기 검진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뇌동맥류는 겉으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쉽지만, 파열될 경우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첨단 시술법과 정밀한 추적관리를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고위험군의 적극적인 검진과 예방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