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새벽 운동을 즐기던 5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낯선 경험을 했다. 평소처럼 조깅을 하던 중 갑자기 가슴이 꽉 조여 오는 듯한 통증이 시작됐고 곧 왼쪽 팔까지 저린 증상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숨이 찬 줄 알았지만 증상이 점차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결과는 ‘협심증’이었다.
찬 바람이 불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을철에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 근육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질환으로 기온이 낮아질수록 혈관이 수축되면서 발작이 쉽게 일어난다.
김성해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기온이 떨어지면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그만큼 심장에 가해지는 압력도 증가한다”며 “심근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협심증 발작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심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이다. 그러나 반드시 흉통만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목이나 턱, 왼쪽 어깨나 팔까지 퍼지는 통증, 가슴 답답함, 호흡 곤란, 메스꺼움, 식은땀, 현기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새벽 운동이나 찬 바람을 맞은 직후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김 교수는 “협심증은 몇 분 내로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단순 피로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쉽다”며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협심증은 전통적으로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폐경 이후 여성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협심증 진료 환자는 약 7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김성해 교수는 “여성은 폐경 전까지는 호르몬의 보호 효과로 위험이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며 “특히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50대 이후 여성들은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는 심전도, 심장 초음파, 운동부하 검사 등 기본 검사를 통해 협심증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 시 CT나 관상동맥 조영술 등 정밀 검사가 진행된다. 협심증은 비교적 진단이 쉬운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할 경우 약물 치료나 스텐트 삽입술 등으로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증상이 가볍다고 방치하다가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심증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추운 새벽 운동은 피하고, 외출 시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오전 10시 이후 활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흡연은 협심증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다. 담배는 관상동맥을 수축시켜 발병 위험을 2~4배 이상 높인다. 음주 또한 심장 리듬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단 관리 역시 중요하다. 기름지고 짠 음식은 줄이고 채소와 생선, 견과류, 올리브오일이 중심이 되는 지중해식 식단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위험하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운동 중 통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중단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협심증은 생활습관 개선과 조기 진단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그러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 폐경 여성 등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인 심장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해 교수는 “가을철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작은 불편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협심증은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관리로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