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하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습도까지 높아져 불쾌지수는 여름 못지않게 치솟고 땀이 줄줄 흐르는 답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늦더위 속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단순 땀띠부터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열경련, 탈수로 인한 일사병(열탈진), 뇌 손상 및 사망 위험을 초래하는 열사병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영환 건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사병은 땀을 과도하게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질 때 발생한다”며 “피부가 차갑고 창백해지며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를 호소한다. 체온은 상승하지만 40도를 넘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열사병은 뇌의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어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으며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워지고 의식장애나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서늘한 장소로 옮겨 체온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며 “특히 의식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료를 먹이면 기도가 막힐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은 피크닉이나 러닝 등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특히 국내 러닝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설 만큼 야외 레저 활동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늦더위와 습한 기후가 겹치면서 장시간 햇볕에 노출될 경우 탈진, 일광화상, 심하면 열사병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일광화상의 경우 피부가 붉어지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초기 치료는 차가운 물수건으로 냉찜질하고 알로에 젤이나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다.
물집이 잡혔을 경우 작은 물집은 터뜨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크거나 관절 부위처럼 쉽게 터질 위험이 큰 경우에는 반드시 소독 후 제거해야 한다.
고온다습한 날씨 속 무리한 운동이나 야외 작업은 열탈진(일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응급실에서도 마라톤이나 러닝 중 탈진해 실려 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
구역감, 구토, 어지럼증 등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땀 배출이 멈추고 체온이 치솟아 뇌 손상 및 열사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음주 후 운동 ▲이뇨제·고혈압약 복용자 ▲노인층은 위험도가 더 크다. 과거 농촌 작업, 군부대 훈련, 국토대장정 행사 등에서 열사병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 사례가 반복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온열질환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이다. 야외 활동 시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물을 섭취하고, 전해질 보충을 위해 이온 음료를 함께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술이나 탄산음료는 탈수를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할 경우 그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햇빛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교수는 “무심코 ‘이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버티다가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작은 습관으로 예방수칙을 지키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지체 없이 119와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