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배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선선한 바람이 불며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 많은 이들이 등산을 계획한다. 그러나 준비 없이 산에 오르면 안전사고와 응급질환의 위험이 함께 커질 수 있다.

특히 아침·저녁 기온차가 크고 건조한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건강과 장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등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신의 건강상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나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 천식·알레르기 환자는 반드시 복용 중인 약을 챙겨야 한다.

당뇨 환자는 저혈당을 막기 위해 가벼운 간식, 물, 전해질 음료를 지참하고, 혈당 조절이 불량한 경우(공복혈당 300mg/dL 이상)는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나 인슐린 투여 후 1시간 정도 지나 등산을 시작하는 것도 권장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이 180/100mmHg 이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등산 대신 가벼운 산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혈관질환자는 일상적으로 가벼운 조깅이 가능할 정도의 체력을 갖춘 경우에만 등산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가을철 기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얇은 옷을 겹쳐 입고, 땀 배출이 원활한 기능성 소재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규배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새벽이나 고지대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혈관 수축과 체온 조절 문제로 심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65세 이상 고령자는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혈관 질환 병력이나 흡연력이 있는 경우 낮은 강도의 짧은 코스를 택하고, 가능하다면 반드시 일행과 함께 이동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가을 산행을 즐기던 중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산행 도중 특정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응급질환의 전조일 수 있어 즉시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5분 이상 이어지는 가슴 통증, ▲평소와 다른 극심한 두통, ▲시야가 흐려지면서 식은땀이 동반되는 어지럼증, ▲한쪽 팔이나 다리에 갑작스러운 힘이 빠지는 느낌은 모두 심각한 이상 신호로 분류된다.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할 경우 단순 휴식으로 넘기기보다, 곧바로 산행을 중단하고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잠시 쉬어 증상이 가라앉더라도 원인이 사라진 것이 아닐 수 있다”며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규배 교수는 “잠시 쉬어 증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평소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갑작스러운 등산으로 심폐기능과 근골격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코스와 강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 보충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페인 음료와 알코올은 탈수를 악화시키고 균형감각까지 떨어뜨리므로 산행 전후 피해야 한다.

하산 시에는 체력 소모와 관절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보행 스틱을 활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번 가을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앞서 자신의 건강을 먼저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한 준비와 올바른 습관이 등산의 즐거움과 가을의 풍요로움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