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이 국내 바이오기업 ㈜진씨커와 공동으로 혈액 속 극미량의 암 변이 신호(ctDNA)를 기존보다 20배 이상 정밀하게 검출하고 비용은 1/10로 줄일 수 있는 초정밀 액체생검 원천기술 ‘MUTE-Seq’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양대 의과대학 허준호 교수, 서울시 보라매병원 김진수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명신·김용구 교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 등 국내 정상급 의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년 4월 구연발표 및 세계적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액체생검은 혈액 등 체액에서 암 관련 유전 정보를 비침습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지만 극소량의 암 변이(ctDNA)를 찾아내기 위해 초고심도 시퀀싱과 특수 바코딩(UMI)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컸다.
또한, 정상 DNA 신호에 묻혀 변이를 놓치거나 위양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MUTE-Seq은 초정밀 유전자가위 ‘FnCas9-AF2’를 활용해 검사 전 정상 DNA를 선별적으로 제거, 암 변이 신호(ctDNA)만을 또렷하게 남긴다.
이 과정 덕분에 모든 시퀀싱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방식 대비 정밀도는 20배 향상, 검사 비용은 1/10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
허준석 교수는 “기존 방식이 잡음을 키운 상태에서 희미한 소리를 듣는 것이라면, MUTE-Seq는 불필요한 잡음을 미리 줄여 원하는 소리만 명확히 들려주는 ‘노이즈 캔슬링’ 방식”이라며 “이제는 고가의 초고심도 시퀀싱 없이도 극저빈도 암 변이를 포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폐암, 췌장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혈액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한 결과, 폐암 환자에서 민감도 91%, 특이도 95%를 나타냈다.
췌장암 환자의 경우 민감도 83%, 특이도 100%를 기록했으며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후 재발 모니터링 검사에서는 미세잔존암 검출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100%로 확인됐다.
이는 특히 초기 암(1·2기)**과 영상검사로는 확인이 어려운 미세잔존암(MRD)까지 혈액만으로 진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허준석 교수는 “암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치료 후 얼마나 촘촘히 살피느냐가 생존율을 좌우한다”며 “환자 혈액 한 번으로 극소량의 암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다면 조기 발견과 재발 감시에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UTE-Seq는 이미 백혈병 환자 MRD 모니터링에 서울성모병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다중암 조기검사(남성 9종, 여성 11종) ‘온코딥스캔’ 형태로 고려대 안암병원을 비롯한 다수의 대학병원과 검진센터에서 상용화됐다.
연구팀은 대장암, 폐암, 췌장암, 유방암, 위암, 난소암 등 다양한 고형암의 미세잔존암 모니터링을 위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과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허준석 교수는 “AI가 일상에 빠르게 스며든 것처럼, 암 진단 분야에서도 혈액 생검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혁신적 기술을 통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고령층·취약계층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검사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고려대의료원이 제시한 ‘미래의학 10대 선도기술’ 중 암 정밀진단·치료, 유전자가위, 체액생검 분야의 융합 성과로 향후 글로벌 암 진단 시장에서 한국 의료기술의 경쟁력을 높일 핵심 기술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