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진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선천적으로 외이(겉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질환인 ‘소이증’은 외형적 결손뿐 아니라 청력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박호진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정밀 귀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소이증 환자의 일상 복귀와 삶의 질 향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소이증은 신생아 약 7천~8천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며 외이가 선천적으로 충분히 자라지 않아 귀가 작거나 아예 형성되지 않는 선천성 안면기형에 해당한다.

대부분은 한쪽 귀에만 발생하지만 약 5% 정도는 양쪽 귀 모두에 증상이 나타난다. 단순한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청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외이도 폐쇄나 중이 기형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소리를 듣는 데 큰 불편이 따르며, 어린이의 언어 발달이나 사회성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력 손실이 동반된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청각재건 수술이나 보청기 이식이 필요하다. 막힌 외이도를 열어주는 외이도 성형술이나 골전도 보청기 이식 등이 주로 활용된다.

반면 귀의 형태에만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외이의 형태를 복원하는 수술이 시행되는데 일반적으로 환자의 가슴 연골을 귀 모양으로 조각하여 이식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이 수술은 보통 연골이 충분히 자란 10~12세 이후에 시행되며,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의 정교함이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귀는 주름, 높낮이, 곡선 등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미세해 수술로 원형을 정밀하게 복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박호진 교수는 첨단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이러한 수술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박 교수는 환자의 반대쪽 정상 귀를 CT나 3D 스캐너로 정밀하게 촬영한 후 해당 이미지를 바탕으로 3D 모델링을 수행하고 이를 프린터로 출력한다.

이후 출력된 귀 모형을 연골 조각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함으로써 실제 귀와 유사한 입체 구조를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된다. 귀의 주름, 높이, 깊이까지 고려한 재건이 가능해져 외형적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

박호진 교수는 “3D프린팅을 활용한 귀 재건 수술은 입체적으로 귀를 복원할 수 있어 환자들의 외형적 만족도뿐 아니라 자존감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이 기술은 소이증 환자뿐 아니라 외상으로 귀가 손상된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며 실제 귀와 거의 흡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2006년 세계 최초로 대학병원 내에 귀성형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소이증, 외상성 귀손상, 귀 기형 등의 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박호진 교수는 귀재건 클리닉을 통해 신생아와 소아 환자들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각 연령과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해오고 있다.

이번 3D프린팅 기반 귀 재건 수술법은 외형 복원에만 그치지 않고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적응까지 고려한 통합적 치료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귀 재건 분야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