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송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관절염은 비교적 조용히, 그러나 서서히 관절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관절 통증과 부기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방치하면 연골과 뼈를 침식시키며 관절 변형과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은송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예전에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진행되면 관절이 굳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조기 치료만 이뤄지면 큰 문제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외부 병원균이 아닌 자기 몸의 관절을 스스로 공격하는 면역계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정상적으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를 막아야 할 림프구가 이 질환에서는 관절을 감싸는 얇은 막인 ‘활막’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활막에 염증이 발생하고 백혈구와 림프구가 관절 부위에 집중되면서 관절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부기와 통증을 유발한다.

염증성 활막 조직이 증식하면 연골과 뼈까지 침범하게 되어 관절의 변형과 운동 장애를 초래한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첫 단계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와 스테로이드를 통한 염증 및 통증 조절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일시적인 완화에 불과하며 질환의 진행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사용되는 약물이 ‘항류마티스 제제(DMARD)’다. 이 중 고전적 제제에는 메토트렉세이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설파살라진 등이 있으며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레플루노마이드나 타크로리무스 같은 칼시뉴린 억제제가 추가된다.

이들 약물은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며 구역감, 설사, 두통, 발진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각광받고 있다. 이는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나 T세포, B세포 등의 활동을 표적 억제함으로써 자가면역 반응 자체를 조절하는 첨단 치료법이다. 기존 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며,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강 교수는 “환자의 질병 특성에 따라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를 활용해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많은 환자들이 관절 손상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일상 속에서의 자기 관리다. 관절의 기능을 유지하고 근육의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한 스트레칭과 걷기, 수중 운동 등 저강도 운동이 권장된다.

특히 수중 운동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또한,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과 휴식은 전신 건강을 유지하고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단기간의 노력보다는 생활 전반의 습관 개선이 관절 건강을 지키는 열쇠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완치보다는 ‘조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 꾸준한 자기 관리만 이뤄진다면 관절 변형이나 장애 없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설령 초기 치료 시기를 놓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한 관리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조기 발견과 치료로 건강한 관절을 지켜야 할 때다. 조용히 다가오는 관절 파괴의 위협 앞에서 가장 큰 무기는 ‘적극적인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