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성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소변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어나오는 ‘요실금’은 흔히 중장년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증상으로 여겨지지만 방치하지 않고 적절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의 불편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여성에게도 인공요도괄약근 이식술이 로봇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요실금 치료의 선택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요실금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 재채기, 줄넘기 등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새는 형태로 출산과 노화로 인해 약해진 골반 근육이 주요 원인이다.

둘째 ‘절박성 요실금’은 갑작스럽게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고 화장실에 가기 전 새는 증상으로, 방광이 예기치 않게 수축하는 과민성 방광에 속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초기에는 케겔 운동과 같은 골반근육 강화 운동이나 체중 감량을 통해 증상 완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현재 여성에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술 방법은 ‘중부요도슬링수술’이다.

이는 요도를 지지하는 얇은 인공 그물망을 삽입해 요도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함으로써 소변이 새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이 수술은 세계적으로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으며 단기 성공률은 90% 이상에 달한다. 다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10년 이내 재발률이 5~10%로 보고되며 드물게 수술 후 감염이나 이물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 상담과 전문적인 수술 계획이 중요하다.

남성의 경우 요실금은 대부분 전립선암 수술 후 발생하는데 이때는 인공요도괄약근 삽입술이 표준 치료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장치는 보스턴 사이언티픽사의 AMS800으로, 사용자가 손으로 펌프를 눌러 소변을 배출하고 자동으로 다시 닫히는 구조를 가진다.

이 장치는 요도 괄약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방광목을 압박해 소변 누출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AMS800은 지난 30년간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기술적 복잡성과 수술 부위의 민감성 때문에 여성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로봇수술의 정밀함과 접근성 덕분에 여성 환자에게도 인공요도괄약근 수술이 점차 확대 적용되고 있다.

심지성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최초로 여성 요실금 환자에게 로봇을 이용한 인공요도괄약근 이식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번 수술은 세계 최다 수술 기록을 보유한 프랑스 Rennes대학의 Peyronnet 교수와의 협력으로 진행돼 국제적 학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심 교수는 “이 환자는 과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음에도 효과가 없었던 상태였지만, 인공요도괄약근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에서도 정밀하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 요실금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여성에게는 어렵다고 여겨졌던 치료였지만 향후 로봇수술의 확대와 기술 발전을 통해 더 많은 여성 요실금 환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치료 선택지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요실금은 부끄럽거나 감춰야 할 증상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요실금이 일상생활, 사회활동, 수면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빠르게 의료진과 상담하고 치료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실금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지금 더 이상 참지 말고 전문의와 함께 삶의 질을 회복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