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교수 / 건국대병원

허리 통증을 단순한 근육 피로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되는 통증과 함께 다리 저림이나 보행 장애 증상이 동반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척추관이 좁아지며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보행 장애나 하지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척추관협착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198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19년 167만 명에서 4년 새 약 18.5% 증가한 수치로 고령화 사회와 함께 이 질환의 유병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디스크와 혼동하기 쉽지만, 발병 기전과 증상 양상이 다르다. 허리디스크는 주로 30~40대에서 디스크의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급성 통증 질환인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뼈와 인대, 관절 등이 퇴행성으로 두꺼워지면서 점차 척추관이 좁아지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신경 압박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60세 이상에서 나타나며 특히 걸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아픈 증상이 대표적이다.

강민석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단순 허리 통증을 넘어 하지 방사통과 보행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간헐적 파행’이다. 일정 거리를 걷다 보면 다리 저림, 통증 등이 나타나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지만 잠시 앉아 쉬면 증상이 완화되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는 증상이다.

이 같은 보행 반복 패턴이 지속된다면 단순 근육통이 아닌 신경 압박 질환일 가능성이 높아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다리 감각 저하, 보행 시 통증 악화, 배뇨 장애 등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 진통제나 물리치료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영상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 주사요법,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최근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 개방 수술보다 신체 부담이 적은 내시경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0.8cm 크기의 두 개 절개만으로 병변 부위를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며 출혈과 감염 위험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강 교수는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신경 감압 효과는 뛰어나,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과 함께 진행한 환자중심의료기기 최적화 연구사업에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과 기존 관혈적 수술을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내시경 수술은 신경 감압 효과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근손실, 통증, 흉터 측면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보였으며 초기 회복 시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환자의 회복 기간 단축과 약물 사용 감소는 환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일상생활로 얼마나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느냐에 있다.

강 교수는 “수술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환자가 다시 걷고, 움직이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치료는 환자의 연령, 증상 기간, 전신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수술 이후 재활과 생활습관 관리까지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예방이 완전히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 속에서 올바른 자세 유지와 꾸준한 허리 및 복부 근육 강화 운동을 통해 발병을 늦추거나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의 경우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기보다 무릎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체중 또한 척추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적정 체중 유지가 도움이 된다.

강민석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길 질환이 아니라, 적극적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며 “초기에 전문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기능 회복과 삶의 질 유지에 있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