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범 교수 / 고려대 안산병원
최근 인기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주인공이 진단받은 ‘클라우드 세포종’은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질병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질환이 실제 의학계에서 가장 악성으로 분류되는 뇌종양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을 모델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교모세포종은 성인 원발성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전체 뇌종양의 12~15%를 차지한다.
교모세포종은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고도 악성종양이다. 종양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뇌압 상승, 두통, 메스꺼움, 구토, 기억력 저하, 경련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종양의 위치에 따라 사지 마비, 감각 저하, 언어장애, 인지 저하, 안면 마비 등 다양한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이전 병력이 없는 성인에게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이나 경련이 발생한다면, 교모세포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각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일반적으로 뇌 MRI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며, 필요 시 양성자 방출 단층촬영(PET)이나 기능적 MRI, 확산텐서영상(DTI) 등을 추가로 시행해 종양의 악성도 및 위치, 수술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특히 뇌의 언어·운동·감각 중추에 인접한 부위에 종양이 위치한 경우, 보다 정교한 영상 정보가 수술 전략 수립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최종 진단은 조직검사 또는 수술적 절제를 통해 확정된다.
표준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하는 통합치료 방식이다. 교모세포종은 일반적으로 주변 조직에 미세하게 침윤하는 특성을 보여 완전한 제거는 어렵지만 정위 수술장비, 초음파흡입기, 고배율 수술현미경, 뇌지도(Brain Mapping) 등의 최신 장비와 기술을 통해 종양을 최대한 안전하게 절제하는 수술이 가능해지고 있다.
수술 후에는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 기간을 연장한다. 다만 종양이 뇌간이나 깊은 뇌 부위에 위치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조직검사 후 방사선 및 항암치료만으로 접근하게 된다.
현재까지 교모세포종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불명확하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방사선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서영범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진단만으로도 환자와 가족 모두가 큰 충격에 빠지기 쉽지만 최근 들어 진단 및 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치료의 시작부터 완치 가능성보다는 삶의 질 개선과 생존 기간 연장을 목표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기 치료기간이 최소 8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가족의 정서적 지지도 치료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치매와 혼동될 수 있는 인지장애 증상으로 교모세포종이 조기 발견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어 중장년층 이상에서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나 언어장애가 나타날 경우 단순 노화로 여기지 말고 반드시 정밀 뇌 영상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교모세포종은 발견 시점이 곧 예후를 좌우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두통이나 경련이 반복될 경우 지체 없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