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이나 대화를 자주 잊고 반복해서 되묻는 일이 많아졌다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닌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며 기억력, 언어, 판단력,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070%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추정되며 주로 65세 이상에서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에서도 발병 사례가 늘어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초기에 손상되며 시작된다. 이로 인해 최근 있었던 일이나 새롭게 습득한 정보를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며 반면 과거의 기억은 비교적 선명히 남아 있어 가족이나 보호자도 질환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반복되고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되면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진행이 되면 좌측 측두엽과 두정엽이 손상돼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우측 측두엽·두정엽 손상 시 길을 잃거나 방향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좌측 측두엽부터 먼저 침범될 경우 ‘로고페닉 실어증(logophenic aphasia)’이 나타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전두엽까지 손상되면 성격 변화, 감정 조절 어려움, 무기력 등이 동반되며 우울감, 의심, 식욕 변화, 수면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 원인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는 작은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당뇨병, 고혈압, 여성, 낮은 교육 수준, 우울증, 두부 외상 병력, 청력 저하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요인들과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환자 및 보호자의 병력 청취, 신경학적 검사, 인지 기능 평가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후 MRI, CT 등의 뇌 영상 검사를 통해 구조적 변화를 살피며 필요에 따라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통해 뇌 내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 혈액검사 등도 함께 진행되며, 전문적인 다각도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최근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 기반의 면역 치료제가 개발되며 조기 치료의 희망이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신약으로는 레카네맙(Lecanemab), 도나네맙(Donanemab) 등이 있으며 이는 뇌의 손상이 심하지 않은 전단계 또는 초기 환자에게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아세티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중등도 이상 진행 환자에게 사용하는 NMDA 수용체 길항제, 기억력·현실 인식력 훈련 등의 인지재활 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비약물적 치료는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김종헌 고려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만성질환 관리가 가장 우선돼야 하며 운동, 지중해식 식단, 청력 관리 등도 중요한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흡연과 음주는 뇌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하며, 초기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 된 시대에서,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벼운 기억력 저하나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를 보인다면 결코 무심히 넘기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치할 수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관리를 병행한다면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