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배지성 전공의, 임병건 교수 / 고려대구로병원

배지성 고려대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최근 열린 ‘2025 대한마취약리학회 학술대회’ 자유연제 발표에서 ‘우수초록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배 전공의는 ‘전신마취를 위한 레미마졸람 사용의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rs2244613 유전자형의 영향에 대한 탐구(Exploration of the effect of rs2244613 genotype on the efficacy and safety of remimazolam use for general anesthesia)’라는 주제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임병건 교수와 임상약리학과 정혜원 교수가 주축이 된 다학제 연구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국내에서 2021년 이후 전신마취에 사용되고 있는 정맥마취제 ‘레미마졸람’의 대사 과정에서 개인의 유전자형 차이가 미치는 영향을 임상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레미마졸람은 간에서 카르복실에스테라제1(CES1) 효소에 의해 주로 대사되는데 CES1 효소가 관여하는 약물들은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라 불리는 유전적 변이에 따라 약물의 대사 속도나 약효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CES1의 특정 유전자 변이(rs2244613)가 레미마졸람의 효능 및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는 정규 수술이 예정된 19세에서 70세 사이의 성인 환자 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rs2244613 유전자형에 따라 G/G, G/T, T/T 세 그룹으로 분류됐으며 연구팀은 이들의 마취심도지수(BIS), 약물 사용량 등의 임상 지표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T/T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는 다른 유전자형(G/G, G/T) 환자에 비해 BIS 수치가 낮았고, 마취 깊이를 유지하기 위한 레미마졸람 사용량 또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T/T 유전자형 환자에서 레미마졸람의 대사가 지연되어 약효가 더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로 임상적 마취 관리에 있어 유전형 고려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결과다.

정혜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CES1 유전적 다형성이 레미마졸람의 임상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상적으로 입증한 연구”라며 “앞으로 약동학적 데이터가 포함된 추가 연구와 더 많은 SNP 유형에 대한 탐색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건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부 환자에게서 관찰되던 레미마졸람 사용 후 각성 지연 현상의 기전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며 “CES1 유전형을 반영한 새로운 마취 약동·약력학 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 마취약물 개인맞춤 치료의 기반이 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지성 전공의는 “애정을 갖고 집중해온 연구로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며 지도해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남은 연구도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상은 마취 약리학 분야에서 유전자형에 기반한 맞춤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마취 안전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후속 연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