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송지은·정영훈 교수 / 강원대병원

강원대병원 안과 송지은·정영훈 교수 연구팀이 녹내장 발병 이전 단계에서 시신경 구조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안과 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2025년판에 게재되며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며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으로,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대표적인 실명 유발 질환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진단 시점에는 이미 상당 부분 시신경이 손상된 경우가 많고, 치료 시기를 놓쳐 시력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녹내장이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이전, 즉 전구 단계에서 이미 시신경 내부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있다.

송지은·정영훈 교수팀은 녹내장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거짓비늘증후군(Pseudoexfoliation Syndrome, PXS) 환자 50명과 건강한 대조군 50명을 대상으로 시신경의 핵심 구조인 사상판(lamina cribrosa)의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해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거짓비늘증후군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사상판의 두께가 전반적으로 유의미하게 얇아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신경이 아직 임상적으로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구조적인 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특히 사상판은 시신경섬유가 망막에서 뇌로 나가는 경로에 위치한 조직으로 이 부위의 약화는 녹내장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복합 통계 분석을 통해 거짓비늘증후군의 존재가 시신경 구조의 약화와 독립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 분석 결과는 단순히 연령, 안압 등의 변수 외에도, PXS 자체가 시신경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독립적인 요인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송지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시신경 손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매우 초기 단계의 변화를 영상 분석 기술을 통해 포착한 것”이라며 “녹내장 고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진단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훈 교수는 “사상판의 두께 감소는 녹내장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구조적 바이오마커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며 “향후 임상 현장에서 이 지표를 활용한 조기 진단 및 맞춤형 예방 치료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녹내장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단순히 증상이 발현된 이후 개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병이 시작되기도 전에 조기 신호를 감지해 대응하는 예방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실명 위험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명확한 조기 진단 기준이 부족했던 녹내장 분야에 있어 구조적 변화에 대한 생체지표 제시라는 측면에서 학문적, 임상적 의미가 크다는 반응이다.

한편 강원대병원 안과 송지은·정영훈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사상판 두께 분석을 포함한 고위험군 조기선별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가능성에 대한 후속 연구도 계획 중이다.

이들이 제시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녹내장 예방과 실명률 감소라는 공중보건 차원의 목표 달성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