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만성 질환으로,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뇨병 콩팥병’이다.
이는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콩팥의 미세 혈관이 손상되고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질환으로 말기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말기콩팥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신장학회 등록위원회가 발표한 ‘말기콩팥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에서 투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 환자의 약 48%가 당뇨병을 주된 원인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두 명 중 한 명은 당뇨병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망가졌다는 뜻이다.
콩팥은 우리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장기이며, 혈압 조절과 각종 호르몬 분비에도 깊이 관여한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된다. 문제는 이러한 콩팥 손상이 대부분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콩팥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시행하는 검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변 검사를 통해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의 배출 여부를 확인하는 ‘알부민뇨 검사’이며 다른 하나는 혈액 검사를 통해 사구체여과율(GFR)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알부민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거의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으며, 하루 30㎎ 이하가 기준이다.
이보다 많은 양이 소변으로 나오는 경우 ‘알부민뇨’가 의심되며, 이는 콩팥 손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콩팥 내부에는 약 100만 개의 ‘사구체’라는 구조물이 있어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준다. 이 사구체를 통해 1분간 걸러지는 혈액의 양이 ‘사구체여과율(GFR)’로 나타나며 이를 기준으로 콩팥 기능을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눌 수 있다.
정상 GFR은 분당 90~120㎖ 수준이며, 5단계는 분당 15㎖ 이하로 여과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환자는 더 이상 자신의 콩팥만으로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투석이나 신장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당뇨병 콩팥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고혈당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콩팥 내 미세 혈관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환자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기준으로 혈당을 관리하며 일반적으로 6.5% 이하로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고령 환자는 저혈당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목표 수치를 더 높게 설정하는 등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고혈압 또한 콩팥 손상을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이므로 혈압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고혈압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ARB)’ 같은 약물이 효과적으로 쓰인다.
이들 약물은 알부민뇨를 줄이고 콩팥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심지어 고혈압이 없더라도 알부민뇨가 동반된 경우라면 해당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단순히 혈당과 혈압만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콩팥과 심혈관을 함께 보호하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차진주 고려대 안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강하 효과 외에도 콩팥 보호,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앞으로 병용 요법을 통한 다각적 치료 전략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SGLT2 억제제는 소변으로 당을 배출시키는 메커니즘을 통해 콩팥 부담을 줄이고, GLP-1 작용제는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심장·콩팥 보호 효과까지 있어 당뇨병 콩팥병 환자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또 다른 주목할 치료제로는 ‘비스테로이드성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길항제’가 있다. 이는 콩팥 내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해 병의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들 약물은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당뇨병 콩팥병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활수칙은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이다. 특히 과체중 환자라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식사 시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콩팥 보호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당, 혈압, 콩팥 기능을 체크받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콩팥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지만,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놓치기 쉽다.
침묵 속에 다가오는 이 위험을 막기 위해선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검사와 생활 습관의 개선 맞춤형 약물 치료를 통해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 손상도 충분히 예방하고 늦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