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준 교수, 백현우 박사 / 고려대 안산병원
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 최초로 기존 골전도 보청기의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하이브리드 골전도 보청기를 개발하며 청각 보조기기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최준 교수 연구팀은 숭실대, 고려대 공과대학, 서울과학기술대와 공동으로 그래핀 기반의 전자기력·정전기력 결합형 골전도 보청기를 세계 최초로 제안하고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Nano Research’ 4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며 국제적으로도 높은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존의 골전도 보청기는 일반적으로 전자기 방식의 단일 구동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낮은 음역대의 저주파 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지만 고주파 대역에서는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전체 주파수 응답 또한 고르지 못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음역을 포함한 일상 대화나 환경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 교수 연구팀은 전자기 방식과 정전기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고성능 2차원 나노소재인 그래핀에 적용해 새로운 골전도 보청기 장치를 구현했다.
그래핀은 매우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고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진동판 소재로서 이상적인 성질을 지닌다. 특히 고주파수 대역에서의 소리 전달에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할 수 있어 이번 보청기 설계의 핵심 소재로 활용됐다.
연구팀은 해당 보청기의 음향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소리의 반사를 최소화한 무반향실에서 각각 전자기 모드, 정전기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로 나누어 음압레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전자기 모드보다 최대 11.6dB, 정전기 모드보다 최대 20dB 이상 향상된 음압레벨을 기록했으며 전 주파수 대역에서 매우 평탄하고 안정적인 소리 응답 특성을 보여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개선된 성능을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청각 보조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의 두개골 구조와 유사한 토끼 모델을 활용한 청각 뇌간 반응(ABR) 실험도 병행됐다.
실험 결과 하이브리드 보청기를 통해 전달된 음향 자극에 대해 명확하고 강한 뇌 반응이 나타나 이 장치가 실제로 청각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최준 교수는 “이번 성과는 고려대의료원이 주도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라는 혁신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국내 네 개의 연구팀이 4년간 협업하여 탄생한 결정체”라며 “그래핀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골전도 보청기라는 점에서 기술적 의료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이식형 보청기 수술이 어려운 영유아나 고령자에게 비침습적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어 향후 의료현장에서의 실용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향후에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장치의 경량화와 착용 편의성,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알고리즘 융합 등을 통해 개인 맞춤형 고성능 보청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청각 보조기기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로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 기술력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한 쾌거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