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하 병원장 / 건국대병원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감동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물 버튼을 눌렀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아이유(이지은)가 연기한 주인공의 어머니는 ‘숨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른바 숨병은 제주 해녀들이 겪는 특수 질환으로, 깊은 바다를 오르내리며 반복적으로 체압 변화에 노출돼 발생하는 감압병의 일종이다. 증상은 숨이 차고 가슴이 갑갑해지며, 악화될 경우 신경 손상까지 유발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러한 숨병은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점차 진행되는 현대인의 질환이 존재한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다. COPD는 서서히 폐 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장 기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COPD는 초기에는 단순한 기침, 가래로 시작하지만 점차 숨이 차는 증상이 더해지며 일반적인 감기와 구별이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운동 시 숨이 가빠지거나 일상 활동 중에도 가슴이 답답해진다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질환이 악화되면 계단을 오르거나 가벼운 산책조차 힘들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휴식 중에도 호흡이 불편할 수 있다. 산소 공급이 충분치 않아 손끝이 둥글어지는 ‘곤봉지’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COPD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폐포(폐의 공기주머니)가 지속적으로 손상되며, 이로 인해 호흡 기능이 저하된다.

유 교수는 “COPD 환자의 80~90%가 흡연자일 정도로 담배가 폐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하지만 비흡연자라도 미세먼지나 유해가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COPD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특히 광산, 건설, 화학공장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산업 종사자나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COPD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있으며 알파-1 항트립신 결핍(AATD)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은 일부 환자에게서 COPD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COPD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존재한다.

유 교수는 “흡입형 기관지 확장제와 항염증제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며, 증상에 따라 산소 치료와 호흡 재활 프로그램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산소 포화도가 낮은 환자는 장기 산소 치료(LTOT)를 통해 폐와 신체 조직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으며 이와 함께 규칙적인 호흡 재활을 통해 남은 폐 기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기 환자에게는 폐 용적 감소 수술(LVRS)이나 폐 이식이 고려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COPD는 조기에 발견하고 흡연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질환의 진행을 현저히 늦출 수 있다.

유 교수는 “흡연자가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는 것이 폐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미세먼지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 착용, 실내 공기 정화, 유해가스 차단 등 일상에서의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또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폐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폭싹 속았수다 속 숨병은 제주 해녀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곁에는 폐 기능을 위협하는 질환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COPD는 조기 진단과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유광하 교수는 “숨 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숨이 무거워졌을 때야 비로소 폐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자신의 호흡에 귀 기울이고, 폐를 위한 건강한 습관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