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김원석 박사, 강원대 병원 신장내과 이선화 교수, 서울대 병원 신장내과 김연수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이정찬 교수, 한림대 융합신소재공학전공 성건용 교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김성재 교수 / 서울대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김성재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병원, 서울대 의과대학, 한림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부전증 환자를 위한 휴대용 소형 복막투석기, 즉 인공신장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3월 29일 세계적 바이오 기술 학술지 ‘저널 오브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Journal of Nanobiotechnology)’에 게재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공동 연구진은 기존의 고정형 혈액 투석 방식이 환자의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준다는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환자 스스로 투석을 시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인공신장 개발에 도전했다.

이들은 복막투석법에 착안해 복막 내 주입된 투석액을 체외 장치를 통해 연속적으로 정화한 후 다시 복막으로 재주입하는 방식으로 장치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기술은 ‘이온농도분극(Ion Concentration Polarization)’ 현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 현상은 나노막 근처에서 전기장을 가했을 때 이온 농도가 급격히 변하면서 정수 영역이 형성되는 나노전기수력학적 원리로 전하를 띠는 노폐물(예: 크레아티닌)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기술로는 제거가 어려웠던 전기적으로 중성인 유레아(Urea)를 제거하기 위해 나노막의 선택적 투과성과 전기화학 반응을 결합한 새로운 정화 메커니즘을 설계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미세유체역학 장치(Microfluidic Device)에 적용해 전하를 띠지 않는 노폐물까지 제거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소형화된 장치는 기존 미세유체 장치의 한계였던 유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막 주변에만 국소적으로 유체역학 환경을 조성하는 ‘마이크로-메쉬 구조(Micro-Mesh Structure)’를 설계했다.

이 결과 최대 분당 1밀리리터(㎖)의 수처리 용량을 달성해 실제 인체 착용이 가능한 수준의 투석기 형태로 발전시켰다.

해당 장치는 신부전 쥐 모델에 적용된 결과, 1사이클당 평균 30% 이상의 체내 노폐물 제거 효과를 나타냈다.

이 연구 성과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신장질환 환자의 일상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삶의 질 향상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의료비 절감, 저소득층과 개발도상국 환자의 의료 접근성 향상, 그리고 의료 폐기물 감소 등 다양한 사회적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기존의 만성 콩팥병 치료는 환자의 활동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가 실제 상용화되면 환자들의 삶은 크게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제품화, 안전성 검토, 임상시험, 규제 인허가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번 연구는 인공신장 개발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성건용 한림대 교수는 “이번 성과는 나노기술이 인공장기에 실질적으로 적용된 국내 최초 사례로 향후 환자 맞춤형 장기 대체 기술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형 투석기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신부전 환자의 삶의 질 개선, 의료 시스템 개선, 산업 경쟁력 제고 등 다방면의 파급력을 가진다”며 “앞으로 인공신장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현실 속에서 환자들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김원석 박사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에너지환경융합 연구실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동 제1저자인 이선화 교수는 강원대병원 신장내과에서 활발한 임상 및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