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언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완연한 봄 날씨와 함께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크림을 바르는 데 익숙하지만 눈 건강을 위한 보호조치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외선이 백내장과 황반변성 같은 심각한 안과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의 시력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광언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햇빛이 강한 날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눈의 수정체와 망막 중심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보호 조치”라고 강조했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으로, 주로 노화와 관련 있지만 자외선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백내장 환자의 약 20%가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수정체 내부의 단백질이 변성되며 혼탁이 가속화돼 백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 교수는 “백내장이 진행되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강한 빛에 눈부심이나 빛 번짐 현상이 심해지며 야간 시력 저하나 복시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며 “한번 생긴 백내장은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심해질 경우에는 수정체 제거술과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챙이 넓은 모자와 자외선 차단 기능이 검증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흡연 역시 백내장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금연이 권장된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이 손상되면서 시력 저하가 진행되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황반은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손상이 진행되면 중심 시야가 흐릿해지고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발생한다.

황반변성은 노화뿐 아니라 유전, 비만, 흡연, 자외선 노출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자외선은 망막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황반변성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자외선이 강한 날 외출할 경우에는 반드시 UV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하며 야외활동 시간도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황반변성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한쪽 눈을 가리고 사물을 봤을 때 휘어져 보이거나 중심부에 흐림 현상이 느껴질 경우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자외선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의 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이의 수정체는 성인보다 투명도가 높아 자외선이 눈 속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어 망막 손상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자외선이 강한 날에는 어린이들도 챙이 넓은 모자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최 교수는 “아이들에게 선글라스를 씌울 때는 반드시 UV 차단 효과가 입증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는 선글라스는 동공을 확장시켜 오히려 자외선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UV 차단 99~100%’ 또는 ‘UV400’ 등의 표시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자외선은 단순히 피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노출될 경우 눈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백내장과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은 시력 저하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일상에서의 작은 습관 변화가 중요하다.

선글라스와 모자 착용, 금연, 정기적인 안과 검진 등은 눈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자 필수적인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