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수 교수 / 고려대 구로병원
3월 개학 시즌이 다가오면서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학년이나 학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 중 일부는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새 학기 증후군’이라고 부르며,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 장애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두통, 복통, 식욕 부진 등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단순한 꾀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신체적‧정서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낯선 친구들과 선생님, 새로운 교실 분위기 등 환경 변화에 불안을 느끼며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문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새 학기 증후군은 스트레스를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꾀병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몸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은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또한, 잠을 잘 못 자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부 아이들은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목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행동, 코를 킁킁거리거나 쩝쩝 소리를 내는 등의 틱장애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주의력 문제나 과잉행동을 보이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부모와의 분리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끼는 시기라 새 학기 증후군에 더욱 취약하다.
친구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나 새로운 담임선생님에 대한 두려움, 혹은 낯선 교실 분위기 등 여러 요인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내성적인 아이일수록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으며,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나타나 ‘분리 불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학교에 가기 싫다며 울거나 배가 아프다며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문수 교수는 “초등 저학년은 부모와의 애착이 강한 시기라 분리 불안이 쉽게 나타난다”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호소한다면 부모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 학기 증후군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1~2주가 지나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점점 악화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두통과 복통이 계속되거나 틱장애 증상이 심해지거나 주의력 문제와 과잉행동이 지속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문수 교수는 “새 학기 증후군이 장기화되면 아이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감이 커지면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은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신체 증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부모가 이를 꾀병으로 단정 짓고 혼내기보다는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공감하고 대화를 통해 안정감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문수 교수는 “아이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가 조급해하거나 강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고 충분히 대화하면 아이는 더욱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며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가 뭐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다고 느껴지니?” 등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해 대화를 유도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개학 전에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아침과 저녁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시간표에 맞춰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기르면 아이가 학교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덜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모는 아이에게 학교와 교실, 친구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어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긍정적인 학교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좋아하는 학용품을 함께 준비하거나, 학교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미리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모가 긍정적인 태도로 개학을 준비하며, 아이의 불안을 공감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아이는 더욱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만큼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공감이 필요하다.
이문수 교수는 “새 학기 증후군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겪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방치할 경우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이의 불안을 공감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개학 시즌을 앞두고 자녀가 두통, 복통 등을 호소하거나 학교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다면 부모는 이를 단순히 꾀병으로 넘기지 말고 새 학기 증후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며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