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현 교수 /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염지원 교수팀이 디지털 표현형 기술을 활용하여 주관적 불면증 심각도와 객관적 수면 데이터 간의 차이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불면증 평가와 치료에서 디지털 표현형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염지원 교수와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김형주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조철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는 기존의 자기보고식 불면증 평가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객관적 활동 기반 수면 측정의 불일치를 분석해 보다 정밀한 불면증 평가 및 치료의 방향을 제안하는 데 중점을 뒀다.
불면증은 일상생활의 기능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수면 장애다. 현재 불면증 평가에는 주로 자기보고식 설문을 통해 산출된 불면증 심각도 지수(Insomnia Severity Index, ISI)가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으로 객관적인 수면 데이터가 제공되면서 주관적 불면증 심각도와 실제 수면 패턴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해졌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2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불면증 심각도 지수와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불면증 심각도 지수를 기준으로 4개의 그룹(불면증 없음,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뉘었으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 심박수, 신체 활동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여 운동, 스트레스, 음주, 카페인 섭취 등의 생활 데이터를 기록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 불면증이 없는 그룹이 불면증 그룹보다 오히려 수면 중 깨어 있는 시간이 더 길었으며, 수면의 질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면증 그룹 내에서는 주관적 불면증 심각도가 높더라도 총 수면 시간, 렘(REM) 수면 시간, 깊은 수면 시간과 같은 주요 수면 구조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스트레스, 하지불안 증상, 수면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 심리적 요인이 불면증 그룹에서 주관적 불면증 심각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카페인 섭취와 음주량은 불면증 그룹 간의 차이를 유의미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조철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불면증에서 주관적 고통이 단순히 수면의 양이나 질로만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심리적 요인을 포함한 통합적이고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지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지속적으로 수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설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한 다각적인 데이터 수집이 불면증의 다면적 이해에 기여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질병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더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불면증 치료를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표현형 기술이 수면 연구 및 정신건강 분야에서 갖는 높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Exploring the psychological and physiological insights through digital phenotyping by analyzing the discrepancies between subjective insomnia severity and activity-based objective sleep measures: observational cohort study’는 국제 학술지 ‘JMIR Mental Health’ 최신호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