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진 교수 / 건국대병원

건국대병원 안과 연구진이 안구 사진 분석만으로 뇌신경 이상을 판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며 진단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건국대병원 안과 신현진 교수와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강현규 교수 연구팀은 눈동자 움직임이 담긴 사진을 분석해 제3, 4, 6번 뇌신경마비를 구분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AI 시스템은 환자가 9가지 방향으로 시선을 이동하며 촬영한 안구 사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병원에서 흔히 시행되는 ‘9방향 안구운동 검사’ 영상을 활용해, 뇌신경 이상 여부와 유형을 자동으로 판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AI의 전체 진단 정확도는 98.8%에 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Applied Sciences에 게재됐다.

제3, 4, 6번 뇌신경은 눈을 움직이는 근육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신경에 이상이 발생하면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나 사시와 같은 안구운동 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제3뇌신경마비는 뇌동맥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신속하고 정확한 감별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신경안과 전문의를 즉시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복시 증상이 있더라도 원인이 되는 뇌신경을 정확히 특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표준화된 검사인 9방향 안구 사진 검사에 주목했다.

환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뇌신경마비 유형을 자동으로 분류하도록 설계했다.

이 AI 시스템의 특징은 단순한 패턴 분류를 넘어 실제 의사의 진단 사고 과정을 모방했다는 점이다.

먼저 눈동자 사진에서 이상 소견을 감지한 뒤, 제4뇌신경마비 전용 네트워크를 통해 한 차례 정밀 분석을 수행한다.

이후 여러 방향에서 이상이 동시에 포착될 경우 제3번과 제6번 뇌신경마비를 단계적으로 구분하는 구조다. 이는 임상의가 증상을 하나씩 배제하며 진단 범위를 좁혀가는 방식과 유사하다.

연구 결과 AI는 제3뇌신경마비를 99.3%, 제4뇌신경마비를 97.7%, 제6뇌신경마비를 98.2%의 정확도로 진단했다.

신현진 교수는 “이 기술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을 돕는 보조 도구로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신경안과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 병원이나 응급실 환경에서 조기 선별 도구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뇌신경 질환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AI 기반 선별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다양한 질환 데이터를 축적해 조기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경에서도 신속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안과와 인공지능 융합 연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신현진 교수는 앞서 안와골절 진단을 위한 딥러닝 모델을 개발해 99.5%의 정확도로 골절을 검출한 바 있으며 해당 연구로 2025년 대한안과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이번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안구운동 질환은 물론 CT·MRI 등 영상 검사와 결합한 확장 연구도 추진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이미 현장에서 사용되는 표준 검사에 AI를 접목하면 진단 정확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며 “환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의료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