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023년 11월 당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내부 회의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 차원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 7일 대통령실의 감찰 지시 직후 김 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며 물러났음에도, 해당 발언이 적십자사의 설립 목적에 규정된 ‘공평’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기관의 경각심 제고와 재발 방지를 위해 11월 12일부터 적십자사 본사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정관 제1조 제2호는 국제적십자운동이 국적·인종·종교·계급·정치적 입장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23년 11월 10일 갈라 행사 직후인 13일 사무총장을 포함한 부서장 8명이 참석한 주간회의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회의 참석자들은 기관의 설립 목적에 어긋난 발언임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10월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사안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됐음에도 적십자사는 소극적 대응에 그쳐 기관 이미지 훼손과 정기후원자 탈퇴 등 피해가 커졌다고 복지부는 지적했다.
기관 부서장들은 회장의 발언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김 회장이 사임하고 감사 계획이 통보된 이후에서야 뒤늦게 대응을 진행했다.
적십자사는 지난달 12일 외국 대사들을 직접 찾아 사과문을 전달했고 13일에는 국내 주재 외국 공관 110여 곳에 사과문을 이메일로 발송했으며 홈페이지에도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장기간 기관을 지지해 온 후원자·봉사자·헌혈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기관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적십자사가 지사 및 혈액원 후원자·봉사자를 포함한 대국민 사과와 실질적 신뢰 회복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임원과 위원 등 기관 주요 구성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기관의 목적과 사업 이해도를 높일 교육을 강화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한편 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신천지예수교 관련 표창 사건을 포함해 적십자사 표창 수여 절차 전반을 점검한 결과 외부 개인·단체에 대한 심의 규정과 추천 제한 기준이 부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규정 부재 탓에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단체에 대해 헌혈 횟수만을 근거로 표창을 수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신천지예수교 회장을 2025년 적십자사 회장 표창 대상자로 추천한 헌혈진흥국장이 표창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심사 과정에서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제도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외부 개인·단체 표창 심의 규정 마련, 추천 제한 기준 신설, 이해충돌 방지 제도 구축 등을 포함한 개선 요구를 적십자사에 통보했다.
적십자사는 복지부의 처분 요구에 따라 1개월 이내에 필요한 조치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120년 역사를 지닌 대한적십자사가 이번 감사를 계기로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기관이 기본 가치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도·감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